‘키쓰’
2016-06-09 (목) 09:22:26
내겐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있다.
이모 에바의 집에서 밤을 보내던 날이었다
한밤중에 우유를 마시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이모와 이모부 , 퍼디난드가
내게 등을 보이고
부엌의 식탁에 앉아있었다..
퍼디난드는
왼쪽 바지를
허벅지까지 말아 올리고 있었는데
트랙터에 잘려나간 다리의 그루터기가
의자에 받쳐진 채
램프의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모와 이모부는
다리를 굽어보더니
미친 듯이 웃으면서 키스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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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통상 행복이 부족함이 없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한 쪽 다리를 잃은 이모부를 보며 소년이었던 시인도 그들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를 마시러 일어났다가 우연히 훔쳐본 모습 속에서 소년은 사랑의 아주 깊은 곳을 본다. 그들은 누구보다 함께 있음을 행복해 했고 서로를 향해 웃고 있었다. 세파를 넘어 서로에게 이처럼 튼튼한 벗이 될 수 있을 때, 사랑은 진정 빛나는 것이리라.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