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쥐구멍을 찾던 날

2016-05-31 (화) 09: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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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애 / 샌프란시스코

지난해 어느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했다. 서부 항만 노동자 노조가 파업 아닌 파업으로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주던 때였다. 사건은 그 사정이 최악일 때 일어났다.

세관 통관 업무를 하는데 수입자 측에서는 이 일로 인해 손해도 많이 보고 사업에 지장이 많았다. 손님들이 문의하고 재촉하는 이메일이 몰려 원래 업무는 마비 상태고 답장하고 정확한 정보를 위해 여기저기 전화에 이메일, 웹사이트 들어가기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 또한 피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 유별나게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메일로 문의하며 마치 내 잘못인 양 써 보내고, 해야 될 일 보다 더 하고 더 잘 해줘도 고맙단 말 절대 안하는, 이메일 보내고 그 메일 다 읽을 시간도 안 주고 또 이메일 보내 닥달하는 분. KD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은연 중 이런 감정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건 맹세코 아니다. 서두르다가 이메일 답장에 ‘Hello KD’라고 쓴다는 게 그만 ‘Hell KD’라고 썼다. 보내고 바로 실수를 발견하고 사과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그녀 역시 실수였음을 인정하기는 했겠지만, 얼마나 불쾌했을까. 정말로 당황하고 민망했다. 그 후로 KD는 연락이 없다. 물론 그가 연락을 안 해도 필요한 모든 정보는 묻기 전에 매일, 때론 하루에도 몇 번씩 진행 사항을 그 회사 그룹 이메일로 보내기에 연락 없이도 일 하는 데 지장은 없다. 보채지 않아도 일을 잘 해주는 것을 KD가 알아차린 것일까? 아니면 토라진 것일까? 알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아와 어가 다르다. 잘 가려서 아하고 어 해야겠다. 쓸데없는 오해나 실수가 없도록. 영어에서도 모음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다. 쥐구멍을 찾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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