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본 음성 메시지’

2016-05-26 (목) 09: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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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men Smith

▶ 임혜신 옮김

내게 30초의 시간이 있지
내가 집에 없어도 내 신경은 여전히 온라인이고,
만일 자고 있을 때 네게서 전화가 온다면
어제의 멜로드라마 속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는 것을
네게 설득시킬 수 있는.
불타는 우산의 진정한 의미가 뭐였는지 아는 사람 있어?
그 얘긴 관두자. 네가 원하는 걸 말해.
지도를 남겨줘. 참고로 재산이 얼마인가 알려줘.
네가 남기려던 거 이상을 남겨줘. 사실 말이지 너의 메시지는
일련의 불분명한 말뿐이고 중요한 부분은 빠져 있고,
고백은 왜곡돼 있을 거라는 게 신경이 쓰여:
실수는 여기, 도메인은 저기, 복화술.
전화는 부엌에 있어,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가는 길을 잊었어.
사냥철인가 봐. 마지막 제스처들을 취소해 나는,
너도 똑같이 그렇게 할 것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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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설명이 필요하겠다.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기는 부엌에 있는데 화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자동응답기가 돌아간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라는 통상적 메시지가 아니라 일련의 불투명한 말만 늘어놓은 이 시가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다. 지금은 대화가 불편해진 이들은 한 때 연인이었을까. 말은 더 많은 갈등을 낳아 더 이상 문제를 말로 풀 수 없게 된 답답한 상황이 복화술처럼 애매하게 그려져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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