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스튜어트(J.E.B. Stuart) 고등학교에서 학교개명 이슈를 놓고 그 학교 커뮤니티 구성원들과의 모임이 열린다. 이 학교의 개명 이슈는 작년에 일부 학생들과 주민들이 교육위원회에 개명 청원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학교의 이름은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남부군은 인권유린의 대표적 상징인 노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싸웠는데 그러한 남부군의 장군 이름이 학교 이름으로 사용된 것을 학생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원에 대해 현재 논란이 분분하다.
개명을 주장하는 측은 이 학교가 처음 세워져 이름이 정해졌던 1958년의 시대적 배경을 거론한다. 1958년은 미국 공립학교들이 백인학교와 흑인학교로 분리되는 것은 위헌이라는 ‘Brown v. Board of Education’ 케이스의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4년 후로, 이 판결에 저항한 버지니아 주의 인종차별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던 때라는 것이다.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새로 세워진 두 고등학교 이름들을 보란 듯이 모두 남부군 장군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스프링필드 지역에 있는 로버트 리(Robert E. Lee) 고등학교가 그 중 하나이고 또 다른 학교가 바로 스튜어트 고등학교이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의 다양한 인종 분포를 고려할 때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역사의 유품은 이제 속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명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개명한다고 역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이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오히려 우리의 역사에서 아팠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미 거의 60년 동안 이 학교를 거쳐 갔던 동문들에게 이제 무엇이라고 얘기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들에게 학교 이름은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지 노예제도나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상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개명에 따르는 비용 지출도 상당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만약에 이제 스튜어트 고등학교를 개명한다면 다음에는 '로버트 리' 고등학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 흑백분리 철폐 명령에 저항했던 교육감의 이름을 딴 ‘웃슨’ 고등학교 이름도 바꾸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노예를 소유했던 미국의 3대 대통령 이름을 따른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그리고 리 장군이나 스튜어트 장군 모두 버지니아 주 출신으로 버지니아 주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부에 속하게 된 후 군인으로서 자신들의 주를 위해 싸운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느냐는 항변도 있다.
이러한 논쟁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이름을 바꿀 경우 새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흑인 민권변호사 출신이며 연방대법원판사를 지낸 ‘더굿 마샬’(Thurgood Marshall)의 이름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현재 스튜어트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개명이 좋겠다고 교육감이 판단할 경우 새 이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사표시는 6월11일에 학교에서 컴퓨터로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후 교육위원회에서의 최종 결정은 7월 중에 있을 것 같다.
어떠한 결정이 나든지 간에 분명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제법 될 것이다. 역사를 재조명하고 바로 잡는 작업에 고통이 따르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와 그 필요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 주민들이 의견을 소신껏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 중에 서로의 마음에 상처 주는 것은 최소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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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