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토피안’

2016-05-19 (목) 09:39:32
크게 작게

▶ Alicia Ostriker

▶ 임혜신 옮김

이웃집 아이가
우리는 볼 수 없는 도시를 만들었다.
헤엄쳐 갈 수도 없는 섬
고결한 공주님과
몸집이 탄탄한 동료 배우자가 다스리는
모든 건물은 유리로 되어
아무도 거짓말을 할 수 없고
그 도시의 아래
절대로 다시 말하면 안 되는
말들이 묻혀 있는,
특히 이혼이라는 말은 구더기가 먹어버린,
비가 오면 풍경소리가 들리고
토끼들이 관목숲을 뛰어 노는,
그 도시의 이름,
당신이 어쩌면 발음할 수도 있을..

=================
아름답고 빛나는 것의 이면에 슬픔이 있다. 반유토피아적 세상에서 생겨난 유토피아란 상상의 세계도 그렇다. 거짓이 없고, 나쁜 말을 하지 않고, 사랑은 영원하여 이별이 없는 곳, 숲과 짐승들 어울려 푸르른 그런 곳을 꿈꾸어 보는 아이의 염원 속에는 반유토피아적인 혼란의 세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아직 어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아이. 이혼이란 단어를 없애버리고 싶은 상처받은 아이의 내면이 아프다.
임혜신<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