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리역’
2016-05-17 (화) 09:26:56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보기에 좋은 곳이리
세상에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첫차도 막차도 없으니
애달프게 기다릴 마음조차 없는 곳
도계나 통리쯤에서 기차를 타고
멈출 듯 지나치다보면
지금쯤 붉은 개옻나무 옆
잎 진 벚나무나 개나리 더없이 쓸쓸할 그 곳
아직도 곡진하다는 말 마음속에 품었다면
완곡한 철로변에 우두커니 서서
어둠처럼 밀려가는 컴컴한 침목 사이
차곡차곡 내려앉은 녹슨 자갈들이
서로 모서리를 맞대고 갈라진 틈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헤아려보아도 좋을 일
그래도 떠나보낸 당신 마음이
도저히 내려설 수 없는 곳이거든
아예 오지 않은 듯 돌아서도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으리 어차피
아주 없는 주소지처럼 세상에 서 있을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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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은 오래된 이별을 닮았다. 주소지도 없이 세상을 떠도는 아주 아주 오래 된 이별을 닮았다. 그곳으로 가는 티켓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다. 다시 찾아가 ‘안녕?’이라 말 건널 수 없는 그 자리엔 들풀이 자라고 크고 작은 짐승들이 깃들어 산다. 상실의 장소에 상실로 익어가며 이별조차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폐허. 이별을 견디고 있는 이가 찾아가기에 그만한 곳도 없으리.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