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놈’
2016-05-10 (화) 09:37:00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오늘 아침 귀엽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귀엽지 않다는 거야
자기는 아주 멋지다는 거야
키가 많이 컸다고 말해 줬더니
자기는 많이 크지 않았다는 거야
자기는 원래부터 컸다는 거야
말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 줬더니
지금은 별로라는 거야
옛날엔 더 잘했다는 거야
102호에 다섯 살짜리 동생이 살고 있거든
자전거 가르쳐 줄까 물어봤더니
자기는 필요 없다는 거야
자기는 세발자전거를 나보다 더 잘 탄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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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아이들의 세계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자신이 귀엽다기보다 멋지다고 생각하고, 키는 원래부터 그만큼 컸다고 생각하고, 옛날엔 더 말을 잘했다고 이미 과거까지 아쉽게 회상할 줄도 알게 된 다섯 쌀짜리 세발자전거의 명수. 조그만 모자 하나 눌러쓰고 페달을 쌩쌩 돌리며 아파트촌을 의젓이 달리는, 요 맹랑한 꼬마의 조숙함이 어이가 없도록 귀엽기만하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