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2016-05-03 (화) 09:24:03
개펄은 바다가 되기도 하지만.
꼬막이 자라는 밭이 되기도 한다.
콩 싹이 껍질을 벗고 떡잎을 내밀 듯,
꼬막들도 껍질을 벌려
새 혓바닥 같은 싹을 틔운다.
껍질만 남은 노인들이
호미처럼
등을 구부려 꼬막을 캐고 있다.
가끔
새가 날아와 꼬막을 쪼아 먹기도 하고
껍데기만 남은 꼬막이
자식들이 속만 파먹고 내버린 가난한 노인들과 함께
쓸쓸한 바닷가를 떠다니기도 한다.
-------------------
꼬막껍질 흐트러진 개펄에서 등 굽은 노인들이 꼬막을 캐고 있다. 다 자란 자식들은 썰물처럼 떠나가 버리고, 노인들만 남아 거친 갯벌에 기대어 근근이 살아간다. 저만치 파도는 무심히 출렁이고 드리운 하늘에는 먹이를 찾는 새들이 난다. 거대한 바다의 끝자락, 질펀한 개펄에 엎드려 노동을 하는 작은 노인들. 비릿한 바닷바람처럼 가슴이 싸해지는 쓸쓸한 풍경이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