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삼촌과 플로이드 삼촌이 당구를 칠 때’
2016-04-07 (목) 01:48:01
그들은 하얀 셔츠를 입고 있고 꽃무늬 넥타이는
놋쇠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플로이드 삼촌은 당구 큐의 끝을 파란
네모난 초크로 문지르고 앨 삼촌은
담배를 이로 꽉 물고는
당구대에 기대어 막 당구를 치려한다. 내 키는
딱 당구대의 높이, 푸른 질감의 천과
구르는 단색의, 혹은 줄무늬의 공들을 느낄 수 있다.
앨 삼촌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한다:“ 거
진짜 잘 쳤네“ 플로이드 삼촌이 한 쪽으로 옮기자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삼촌의
손톱에 아주 가까워
미세하게 긁힌 선들까지 볼 수 있다, 파란 큐가
그의 마른 손가락 사이를 밀며 오간다.
스트라이크를 위해 집중되는 그 어떤 긴장.
딱, 삼각형의 천국을 친다.
제각기 흩어지는 빛나는 행성들
깊은 주머니를 찾아 나서고 그리고 쉰다.
푸른 하늘이 텅 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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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당구대에 매달려 삼촌들이 당구치는 모습을 숨도 쉬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 하얀 셔츠를 입고 시가를 물고 꽃무늬 넥타이를 매었으니 60년대쯤이겠다. 아이의 눈에 공은 행성이고 당구대는 푸르른 하늘이다. 딱, 하고 삼각형을 깨뜨리는 순간 빅뱅처럼 집중된 에너지가 깨어나 행성들을 탄생시킨다. 빨강 파랑 행성들은 우주로 퍼져나가
검은 구멍에 이르러 지친 듯이 쉰다. 그리고 당구대는 다시 드넓은 푸른 하늘처럼 텅 비어 고요해 진다. 평범한 어른의 일상이 아이의 순수한 눈에 비쳐 긴장과 경이로 빛나고 있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