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을 대하는 자세

2016-03-30 (수) 12: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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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은 / 간호사

나는 유방암 생존자다. 가슴에 뭔가가 만져져서 메모그램 검사를 하니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초음파 검진에서는 5개 종양이 보이는데 가장 큰 것이 1.2cm 였다. 의사는 종양이 악성은 아닐 것 같지만 대학병원에서 검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나는하루를 병원가는 데 허비하기가 싫어서 그냥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4개월째 되는 날, 가슴에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조직검사를 받으니 암이었다. 그런데 의사가 암을 선고하는 순간 나는 암울하거나 심각하기보다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도 감사한데 더 좋은것을 주시려나?” “내가 지금 조금 피곤하니까 쉼을 주시나 보다” “앞으로 더 건강에 신경 쓰라는 경고”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리고 그날 바로 입원했다. 병실에 들어가니 간호사들이 환자는 어디 있냐고 물었다. 내가 환자라고하니까 무슨 환자가 그렇게 웃으면서 들어오느냐고 의아해했다. 침대에 누워 이런 편한 세상도 있구나하며 실컷 잤다.

죽음의 5단계 과정이라는 이론을 알고 있는 나 스스로도 놀란 경험이었다. 그 이론에 의하면 죽음이나 상실을 경험할 때 우리는 처음에는 부정하고, 분노를 하고, 현실로 받아들이며 타협하고, 극도의 우울을 경험하며, 마지막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어려서 친구들이 내가 사람들을 잘 웃긴다면서코미디언이 되면 성공할 거란 얘기를 하곤 했다. 지금도 가끔 그 길로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투병생활 동안 나는 질병과 함께 할 나의 여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투병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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