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내효소는 나이 들수록 감소, 효소식품 도움받아 보충 필요”
▶ 대다수 과학자는 “인체 내에서는 대사 기능 못해 장류·과일 섭취로도 충분” 반박
효소식품 열풍이 인터넷에서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이의 효용을 둘러싸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므로 먹어야 한다”는 주장과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무용론이 맞서고 있다.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줘 몸이 가벼워진다” “변비가 사라진다” “다이어트와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처럼 효소식품을 먹고 아토피성 피부염, 뇌졸중 등을 완치했다는 사례가 넘쳐날 정도로 효소 열풍이 거세다. 이에 따라 종편TV와 홈쇼핑에서도 효소식품에 대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효소식품은 곡류와 채소, 과일, 해조류 중에서 영양이 우수하고 유용성이 인정된 식품 원료에 효모와 유산균, 국균 등 미생물을 가해 발효시킨 뒤 먹기 적당하도록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그런데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효소식품이 정말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효소요법 전문가들은 “효소는 우리 몸 속 신진대사를 돕는 우수한 촉매제여서 부족하기 쉬운 효소를 먹는 것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소는 몸 속 노폐물과 독소 배출를 배출해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효소식품은 대부분 설탕범벅이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반면 많은 과학자들이 “효소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에 효소 열풍은 난센스”라고 맞서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효소식품 가운데 대다수 제품이 효소 함량이 매우 낮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부 효소식품은 100g당 당분 함량이 39.3g으로 콜라 등 탄산음료(9.1g)의 4배 수준”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일부 효소식품은 설탕 범벅이라는 입장이다.
“부족한 효소를 먹어 보충해야”효소는 혈액 속에서 생체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촉매제다. 소화 흡수를 돕고 몸 속의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또한 면역력을 높여 몸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줘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효소에는 체내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체내효소와 식품에 존재하는 식품효소로 나뉜다. 곡식과 과일, 채소 등 익히지 않고 먹는 모든 식품에도 효소가 존재한다.
이 같은 효소의 기능을 바탕으로 식물에서 만든 효소식품의 효능을 긍정하는 효소요법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채식전도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하월이 “식물은 ‘살아있는’ 또는 ‘활성’ 효소를 가지고 있어 이를 생식하면 우리 몸 속에서 이로운 작용을 한다”는 이론에 따라 인체 내에 부족하기 쉬운 효소를 먹어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소는 건강의 시작’이라는 책을 펴낸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효소는 우리 몸에서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새로 구입한 휴대폰이라고 해도 배터리가 없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몸에 효소가 없으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신 교수는 “효소를 얻는 방법은 유전적으로 물려 받거나 음식물을 통해 얻는 등 2가지가 있다”며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효소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음식물을 통해 효소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효소가 함유된 음식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싹을 틔운 곡식과 씨앗이지만 현대인은 인스턴트, 가공식품, 육류를 주로 섭취하기에 효소를 충분히 보충하기 힘들어 효소식품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했다.
효소가 여성 탈모 방지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강상모 건국대 생물공학부 교수는 “40~60대 중년 여성 30명을 효소식품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12주간 관찰한 결과, 효소식품 섭취군에서 머리카락 수는 평균 11.2%, 머리카락의 아미노산 함유량은 5.4% 증가했다”고 했다.
“식품 함유 효소는 소화ㆍ세포작용 안 해”대다수 과학자들은 효소식품에 대해 부정적이다. 리처드 랭엄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요리 본능’(사이언스북스)에서 “음식에 들어 있는 효소가 체내 소화나 세포작용에 기여한다는 것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효소 분자 자체가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기 때문이다. 랭엄 교수는 “설사 식물효소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는다 해도 이들 효소의 대사기능이 해당 식물에 맞게 특화돼 있어 인체 내에서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효소식품은 효능을 밝히지 못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효소식품은 그 효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효소만 먹는다면 우리 몸에 동물성 영양 성분이 부족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인체에서 효소가 부족해지는 것은 운동부족,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효소가 만들어지는 조건이 나빠지기 때문이어서 몸 속에 효소를 늘리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 몸 자체를 살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창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효소는 열에 약해 45도가 넘으면 살 수 없는데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효소를 다량 섭취하게 된다”며 “특히 한국인은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을 통해 효소를 섭취할 수 있어 효소부족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효소제품을 자칫 잘못 구매하면 설탕범벅을 먹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생로병사는 효소에 달려 있다’의 저자이자 효소전문가인 박국문씨는 “시중에 파는 효소를 구매할 경우 대부분 당도가 47.2~53%로 당도가 너무 높아 구매 시 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