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협심증’
2016-02-23 (화)
차민영<내과 전문의>
‘협심증’(Angina Pectoris)은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병인데 이때 병의 진행을 막지 못하면 콜레스테롤 플레이크(Plaque)가 터지면서 혈관 내에서 혈소판이 엉겨 붙어 심장의 혈관을 완전히 막아 버린다.이것을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 이라고 하는데 환자를 빨리 입원시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통칭 ‘심장마비’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심근경색이다. 심장마비는 ‘사망’과 같은 의미이므로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정확하게 심근경색으로 불러 주시길 바란다.)약 10년 전 일이다. 오후 6시쯤 퇴근 무렵에 아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같은 직장에 있는 상사가 아침부터 심하게 체했는데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치료해도 점점 더 명치 부위가 아파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모시고 갈 테니 꼭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30분 후에 그 직장 상사가 왔는데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명치 부위에 손을 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환자의 말은 아침에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명치 부위가 아파오고 점점 심해져서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이고, 가끔 구역질도 동반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으니 선생님께 주사나 한방 맞으러 왔다고 말했다. 얼핏 듣기에는 꼭 심한 위경련처럼 들렸다.
그래도 일단 진찰을 하는데 혈압이 160/100이 나왔다.(고혈압이다.) 그래서 과거 혈압이 높은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약 5~6년 전부터 혈압이 높았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혈압약을 복용한 적은 없다고 하였다.
관상동맥 심장병(협심증과 심근경색)의 경우 드물지 않게 명치부위가 아파서 온다. 이때 증세가 위경련이나 담석증, 또는 급성 췌장염과 매우 흡사하다. 하도 증세가 흡사해서 검사를 하지 않고서는 의사들도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급히 심전도를 찍었더니 아주 심한 협심증을 가진 것으로 판독되었다.
환자에게 이것은 협심증(또는 심근경색)이라고 설명하고 인근 큰 병원의 응급실로 바로 보냈다. 거기서 입원시켜 응급으로 심도자술을 실시한 결과 심장의 관상동맥 4개 중 4개 전부가 거의 막힌 상태로 진단됐다. 밤중에 심장외과 팀이 응급으로 심장관상동맥 bypass 수술을 하여 환자는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여기서 보듯이 협심증 발생시에 가슴이 아프지 않고 명치 부위가 아파서 오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까딱하면 위경련 등의 위장병이나 췌장, 담석증 등으로 잘못 진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중요하다. 여러분들도 명치가 아프다고 해서 체한 것으로 지레 짐작해서 자기 진단과 자가 치료를 하지마시고, 꼭 좋은 내과 선생님을 찾기 바란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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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