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이다. 어느 화창한 봄날 일요일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내와 함께 근교의 아이스하우스 캐년으로 가벼운 산행을 나섰다.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잔잔하여 구름 한 점 없이맑고 파란 하늘은 행복한 산행의 기운을 가슴에 듬뿍 담아 준다. 잔설이 드문드문 있는 새들까지 쭉 오르다가 쿠카몽가 쪽으로 꺾으면서는 눈이 꽤 많이남아 있어 아이스 액스와 크램폰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모처럼 열 받은 몸을 그냥 되돌리기는 아쉬워서그냥 올랐다.
그럭저럭 쿠카몽가 픽에 가서잠깐 쉬었다가 다시 새들로 되돌아가는데 약 200 미터 남겨놓은 지점에서 베트남계 20대초반 여성들이 새파랗게 질린얼굴로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손으로 가리키는 오른 쪽 아래를 보니 약 10 미터 정도 아래쪽의 키 작은 나무의 가지에 일행인 여성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 나무의 아래는 약 200 미터쯤 되는 경사가 급한 사면으로 만약에 나무를 잡지 않았으면 최소한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최악의 경우엔 사망까지도당했을 장소였다. 얼마나 매달려있었느냐고 물어보니 30분 정도라고 한다.
겨울 산에는 꼭 갖고 다니던30 피트짜리 로프도 그날따라안 갖고 왔기에 아내의 트레킹폴을 같이 갖고 내려가 그걸 사용하게 하고 내가 밑에서 스텝을 만들어 주며 10미터 거리를거의 한 시간 걸려 데리고 올라왔다. 그 여성은 추위와 공포에떨어 온 몸에 쥐가 나고 정신이나간 상태였다.
조난당한 여학생은 마라토너로서 마라톤용 운동화를 신었고복장도 완전히 마라톤 경기에출전하듯 얇고 가볍게 입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지점은눈이 반 인치 정도 얇게 깔리고밑에는 그 전 날에 녹은 눈이 바짝 얼어서 빙판인 상태였다.
겨울 산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추운 겨울의 깊은 눈이 아니라 해동하다 다시 얼어 버리는 곳이다. 추운 겨울엔 눈이 햇빛에 살짝 녹았다가 얼기 때문에 걸음마다 푹푹 박히므로 미끄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으나,따뜻한 봄볕에 많이 녹았다가밤에 다시 얼면 완전히 빙판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빙판을 파란 하늘 아래에서 쳐다보면 하늘의 파란 빛이반사되므로 영어로 ‘블루 아이스’ (Blue Ice)라고 부른다. 이름만 예쁠 뿐이고 돌처럼 단단하고 거울 같다는 블루 아이스에선 사실 크렘폰도, 아이스 액스도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소한 크렘폰은 필요하다. 마이크로 스파이크는 충분치 않다. 크렘폰은 발톱이 1인치정도 되지만 마이크로 스파이크는 반 인치도 안 되는 짧은 발톱에다 고무로 신게 되어 있어서단단하게 고정이 안 되고 다만벗고 신기에 편하고 일단 가벼운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경사가 진 곳에서 미끄러지면 제동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Self Arrest) 트레킹 폴로는제동이 안 되고 아이스 액스로제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스 액스는 손에 쥐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겨울 등반객 거의 대부분배낭의 뒤에 아이스 액스를 매달고 다닌다.
머리 보호를 위한 헬멧착용도권하고 싶다. 50달러짜리 헬멧은 25만달러가 소요되는 뇌수술을 막아 줄 수 있다. 그리고 트레킹 폴 보다는 100달러 정도하는아이스 액스를 꼭 갖고 다니시길권한다. 요즘은 가벼운 것도 나오는데 가벼운 아이스 액스가 부러지거나 구부러졌다는 얘기가 있다. 다소 묵직한 것이 안전하다.
,겨울 산의 아름다움과 그 황홀감은 우리를 언제나 유혹하고불행히도 우리는 그 유혹에 잘저항하지 못 한다. 안전 산행을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즐기시길 빈다.
오늘 밤엔 나도 아이스 액스와크렘폰을 꺼내 날을 바짝 세우는 샤프닝 잡을 해야겠다. 아내는 산행 중 그 발톱에 걸려 바짓단이 찢어진다고 툴툴거리겠지만 말이다.
<
명성부 어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