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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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MRI를 꼭 찍어야 하는 경우

2016-02-16 (화)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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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일이다. 35세 남성이 3주 동안 지속된 머리 왼쪽 앞부분의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찾아왔다. 타이레놀이나 애드빌 같은 진통제를 먹어도 낫지 않아서 찾아온 것이었다.

환자는 두뇌의 CT나 MRI 검사를 받고 싶어서 온 것이다.

사실 요즘은 가벼운 두통이 있어도 뇌 MRI를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나 보통 긴장성 두통(신경성 두통)이나 편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뇌 MRI를 찍으면 90~95% 이상이 정상으로 판독된다.

그래서 환자가 두통이 있다고 해서 의사들이 다 머리의 CT나 MRI를 찍지는 않는다. 그러나 2주 이상 이전에 없던 두통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조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진통제를 먹어도 전혀 낫지 않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외에 두뇌의 MRI를 꼭 찍어야 하는 이유는 있다. 그것은 처음 생기는 두통이라 할지라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격심한 두통이 있는 경우에는 꼭 MRI를 찍어야 한다. 혹시 뇌에 ‘뇌동맥류’(Aneurysm: 애뉴리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뇌동맥류가 갑자기 터지면 대부분 혼수상태에 빠지고 사망하든가, 살아도 심한 반신 또는 전신마비가 되는 수가 많다.

또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경우와 입이 약간 돌아가거나 말하기가 힘든 경우에는 뇌졸중 초기를 의심해서 꼭 CT나 MRI를 찍어보아야 한다.

이 환자는 3주 동안 한쪽으로 극심한 두통이 있었으므로 MRI를 찍어보았다. 그랬더니 왼쪽의 부비동(paranasal sinus)에 3cm가 넘는 큰 고름덩어리가 생긴 것이 발견됐다.


부비동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콧속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비강을 지나 인후를 통과해 기관지로 내려가게 된다. 그런데 비강 주위로 공동이 여러 개 있는데 이것을 부비동이라고 부른다.

이 부비동의 종류는 몇 가지가 있다. 코 위와 두뇌 앞부분에는 ethmoid sinus(사골동), 코 옆 양쪽 뺨 부위에는 maxillarysinus(상악동), 코 뒤 두뇌 바로 밑에는 sphenoid sinus(접형동) 등이 있다. 그 사이는 3~4cm 정도의 간격이 있다.

평상시에는 여기에 아무 것도 없는 공기가 차 있다. 그러나 여기에 염증(주로 세균성 염증)이 생기면 고름이 차게 된다. 이것을 축농증이라고 부른다.

이 환자는 왼쪽 사골동 전체가 하얗게 보였는데 3cm 정도 고름(농양)이 꽉 차 있는 것이 발견됐다.

그래서 2가지 종류의 항생제 치료를 2주간 실시해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고 4주 뒤 실시한 MRI 검사에서 축농증이 깨끗이 나은 것이 확인됐다.

약 20~30년 전에는 많은 축농증을 수술로 치료했지만 요즘은 좋은 항생제가 많이 나와 수술 없는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약으로 치료가 힘든 경우에는 이비인후과에서 코 내시경을 이용해 고름을 빼내는 시술을 해야 한다.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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