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은행들이 지난해도 장사를 잘했다. 순익 규모가 꾸준히 늘었고 자산도 커졌다. 합병 후 자산이 130억달러로 커질 초대형 은행부터 타주에 첫 진출한 중형 은행과 행정제재를 벗고 비상할 준비를 마친 소형 은행까지 좋은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하나같이 화려하니 벌써부터 돌아올 주총 시즌에 박수와 찬사, 보너스와 임기연장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실적들을 발표한 뒤 월가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도 경영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최상급을 의미하는 형용어구들이 총동원 돼 스크립트를 가득 채웠다.
하루는 이런 은행들이 ‘큰 돈을 벌었다’는 기사를 쓰고 있는데 한 독자의 전화가 제동을 걸었다. 은행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단다. 마감은 닥쳐오고 귀찮았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본인의 집이 차압당하자마자 은행이 예금을 동결했다고 한다. 처음 예금을 들 때 사전에 동의했던 사안인데 막상 당하고 보니 황망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은행들도 비슷한 조항이 있는데 실제 동결까지는 시키지 않는다는 미확인 정보까지 더해주니 혼란스런 제보였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억울한 이들이 많았다.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은행이 대출을 안 해 준다는 사업가를 알고 있다. 비즈니스의 특성을 은행이 파악도 못한 채 과도한 담보를 요구한다는 내용도 있고 이유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계좌를 잃었다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대다수는 은행을 믿는다. 크고 오래돼서다. 은행이 고객을 거절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을 바라보는 은행의 시선이 왜곡됐다면 이는 수정돼야 한다. 책상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릴 때 사용하는 두뇌가 아니라 시장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의 최고대출책임자는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건실한 내수경기에 힘입어 문제가 있는 대출자들이 리파이낸싱하거나 자산을 좋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은행의 부실자산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자산 축소는 모든 은행의 본능인데 나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의할까. 또 현실 속 한인경제는 불경기가 지속되고 신규 이민자가 감소하면서 한인 사업체 매매가 최근 2년 새 30% 가량 줄었고 가격도 20~30%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체험하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은행가들이 컨퍼런스 콜에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은행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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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