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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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많이 보는 보험이 좋다?

2016-02-09 (화)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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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유대인들이 운영하는 32명의 신장내과전문의 그룹의 시니어 파트너로 있다가 LA 한인타운에 개업을 한지 이제 1년이 다 되었다. 10년 넘게 미국 환자들만 보다가 LA로 이사를 와 활동을 하면서 한인타운에서의 특성과 한인교포들의 의료인식에 대해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잘못된 의료제도의 인식으로 인하여 질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너무 많아 그것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싶다.

한 예로 60대의 여성이 고혈압과 당뇨관리를 시작하셨다. 그런데 관리가 되지 않아서 약을 추가하고 1개월 후 다시 오시라고 했다. 그런데 1개월 후 보니 혈압이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약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복용하는 약을 확인해 보니 필자가 추가한 약은 없고 다른 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쭤봤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필자와 검진 2일 후에 다른 의사를 찾아갔는데 거기서 약을 바꿔줘서 그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자분의 말씀으로 그 의사를 “단골”로 정해놓고 다녔기 때문에 간다고 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medicare와 medical을 가진 일명 medi-medi 환자들이다. 그 분은 HMO를 들었더니 의사 보는 게 어렵고 보고 싶은 의사를 맘껏 못 보는데 medi-medi로 바꿨더니 보고 싶은 의사를 맘껏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미국 사람들에게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런 일들이 한인타운에서는 너무 많이 일어나다 보니 그 점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사를 많이 보고 약을 많이 타야 의료서비스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해서 메디케어의 HMO에 가입을 안 하신 분들은 실제로 의사를 보는 숫자와 약의 숫자는 HMO의 환자보다는 많다. 하지만 결국 환자의 건강과 질병은 향상이 없다. 왜일까?이런 분들은 이쪽 내과병원도 가고 저쪽 내과병원도 다니면서 용한 의사가 있을까 하며 돌아다니면서 많은 의사를 보면 건강도 좋아지리라 믿는다. 반면 의사의 입장에서는 어느 분이 와서 뭐가 아프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검사를 하고 치료를 하는데, 며칠 후 그 환자는 다른 의사에게 가서 같은 문제를 호소하기 때문에 그 두 번째의 의사도 똑같이 그 검사의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무의미한 반복되는 검사가 이루어지고 의사의 치료가 시작이 됐지만 환자는 곧 다음 의사에게 가서 그 약을 바꾸기 때문에 약이 충분히 작용을 할 여유나 계획을 못 잡게 된다.


검사란 검사는 많은 의사들을 만나서 다 했지만, 결국 치료는 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병은 그대로인데 약만 늘어나다 보니 의사들에 대한 불신만 커가게 된다. 아무리 좋은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의사는 그 환자에게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여러 의사를 보는 환자들은 결국 자신의 병의 관리와 지휘를 자신의 주치의가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검사만 늘어나고 환자의 예후는 좋지 않아,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도입되어 시작된 것이 HMO와 주치의의 개념이다.

말 그대로 주치의는 환자의 주된 의사로 그 환자의 모든 건강관리의 지휘자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아무데나 다니는 것을 통제하고 환자의 건강을 위해 가야 하는 곳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며, 그 환자의 질병관리뿐만 아니라 건강유지에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주치의의 책임이다.

복잡한 의료제도를 집을 짓는 것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 자신이 공사전문가가 아니니 건설회사를 쓰고 그 건설회사의 contractor는 설계사를 불러 설계를 하게 하고 plumer를 불러 배관을 하고, 전기전문가를 불러 전기를 하고, 에어컨 전문가를 불러 에어컨을 달고, 목수를 불러 cabinet을 다는 등 집의 전반적인 공사를 한다. 그런데 집주인이 여러 사람을 쓰면 좋으니깐 건설회사를 쓰지 않고 자신이 직접 plumber를 불러 화장실의 배관을 하라고 하고 혹시나 해서 또 다른 plumber를 불러 또 배관을 다르게도 해보라고 하면서 두 명의 plumber를 동시에 배관 일을 시키고 그 계획과 관계없이 다른 두 명의 목수로 화장실 벽과 가구를 동시에 만들라고 했다고 보자. 일하는 사람은 더 많지만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는 없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날 것이다.

잘못 지어진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한번 나빠진 건강은 돌이킬 수 없다. Medi-medi를 가지신 환자분들, 그저 여러 의사를 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자신의 건강을 둘러보고 계획을 설계해주는 주치의를 정해서 계획 있고 의미있는 건강한 100세 시대의 건강설계를 하시기 바란다. (213)674-8282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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