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암 조기발견 막는 회피증

2016-02-09 (화) 김용제 <안과 전문의>
크게 작게
꾸준한 의학 발전에 따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이유가 암에 대한 예방약이나 방법이 생겨서가 아니라 최근 보도된 카터 전 대통령의 암을 완치한 약 같은 좋은 치료법들의 개발과 더불어 암의 조기발견으로 인한 완치가 늘어난 탓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조기발견이 비교적 쉬운 암 종류는 초기에 검사에서 암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피부, 위장, 대장에 생기는 암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위암과 대장암은 한인 남성들의 폐와 간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인데 내시경 검사로 쉽게 볼 수 있고 그 즉시 조직검사와 조속한 완전 제거가 가능해 현재 나이 50세부터 시작해 5년마다 대장/직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의학계가 권유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느 조사에서 LA의 많은 한인들이 이 검사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이유로 사람들의 내시경 검사 거부와 의사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장 내시경 하면 전날 준비로 해야 하는 대장청소가 싫다, 항문을 내밀고 그 안에 장기가 들어가는 것이 불쾌하다, 증세가 없는데 왜 검사를 하느냐, 또는 나쁜 결과가 나올까 두려워서 등등 이유로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런 핑계는 어린 아이가 바늘이 무서워서 예방주사를 안 맞겠다고 울고 저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사들은 이렇게 저항이 많은 한인들에게 뚜렷한 증세가 없는 한 검사를 권유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고 이는 백인이나 다른 인종과 크게 대조된다는 것이다. 한국에 가서 받는 소위 종합검진에서도 이 검사는 특별히 요구하는 경우에만 해주고 비용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내시경검사가 빠진 검사를 받고는 암검사까지 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좀 오래 전 이야기로 많은 투자와 오랜 고생 끝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데 성공한 LA 교민이 압구정동의 맥도날드 제1호점에서 기쁨을 만끽하면서 몇 년 동안 대변에 피가 가끔 섞여 나오는 것을 피곤과 치질 때문이란 생각과 바쁘단 핑계로 검사를 피해오다가 마침내 검사를 한 결과 사방에 퍼진 대장암이 발견돼 사업성공의 결실을 얼마 맛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건강할 때, 아니면 늦어도 피를 처음 봤을 때만이라도 내시경 검사를 했었다면 암이 전이되기 전에 발견하여 고칠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기발견은 암 아닌 많은 다른 병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다. 한 예로 흔한 당뇨병의 합병증 가운데 손꼽히는 눈에 오는 망막증을 들 수 있는데 시력에 약간의 변화를 처음 느끼는 경우에 전문의를 찾아가면 초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조기치료로 화를 피할 수 있다. 따라서 당뇨환자는 증세가 나타나기 전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권유되된다. 어느 병이든 예방과 조기발견이 후의 어떤 치료보다 좋다는 게 상식이다.

<김용제 <안과 전문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