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과 칼럼] 어린 나이에 고혈압 약 괜찮나?

2016-02-02 (화) 09:37:43 차 민 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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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일이다.

21세 된 남자환자가 감기치료를 하러 왔는데, 우연히 잰 혈압이 무려 180/110 정도로 아주 높게 나왔다. 30분 후 다시 잰 혈압은 190/120으로 약간 더 높게 나왔다.

이 환자는 두통이나 뒷골이 당긴다던지 하는 증세는 전혀 없었다. (원래가 고혈압은 그 자체로는 증세가 없다. 그래서 고혈압의 별명이 ‘침묵의 살인자’인 것이다)환자의 고혈압을 처음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축기 혈압이 160 이상인 경우는 반드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환자에게 고혈압과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한 후 Norvasc(Amlodipine) 5mg을 사용하여 수축기 혈압을 일단 150 정도로 떨어뜨린 후 1주일 동안 복용할 약 sample을 주어서 일단 집으로 귀가시키고, 1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아와 혈압을 재어보고 혈압 약을 재조정하자고 하였다.(수축기 혈압을 140이하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그런데 1시간 후 환자의 아버지 되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큰 소리로 항의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아무 증세도 없는, 그것도 어린애에게 혈압 약을 주시면 어떡하십니까?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라면서 막무가내로 대들기에 차분히 설명해 드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보호자에게 무려 30분이 넘도록 ‘고혈압은 원래 증세도 없으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서 젊은 나이에도 협심증이나 뇌졸중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20대 초반이 아니라, 더 어리더라도 꼭 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

20세면 어린애도 아니며, 실제로 소아과에서는 훨씬 어린 나이에서도 너무 혈압이 높으면 혈압 약을 복용시킨다’라는 것을 설명하여 겨우 설득시켰다.

독자 분들 중에서도 이분과 같이 젊은 나이의 고혈압 약 사용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리라 믿는다.

또 이 청년처럼 젊은 나이에 너무 높은 혈압을 가진 분들은, 혹시 ‘본태성 고혈압’이 아닌 ‘이차성 고혈압’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으므로, 신장과 신장동맥, 부신 등도 초음파로 조사해 보아야 한다.

독자분들도 이 기회에 꼭 정확한 지식을 가지시기를 바란다.

(213)480-7770

<차 민 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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