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버링, 은퇴·고령자에 일자리 주는 ‘효자’

2016-02-01 (월) 뉴욕타임스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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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어려운데 나이 제한 없고 시간 제약없이 가외수입 올려

▶ 운전자 3명 중 1명 ‘50세 이상’ 만족 높고 풀타임 근무도 많아

우버링, 은퇴·고령자에 일자리 주는 ‘효자’

캐롤 수 수잔(73)이 마즈다 SUV로 우버링을 하고 있다.

소셜시큐리티와 같은 고정소득에 의존해 살아가는 은퇴자는 십중팔구 노동현장으로의 복귀를 원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이 생계를 꾸려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철없이 일찍 발을 뺐거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기처리’ 된 50대 실업자들도 새로운 직업이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와 리프트에 50세를 훌쩍 넘긴 운전자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버와 리프트는 드라이버의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버에 대한 관계자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일부 드라이버는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가욋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우버와 리프트가 나이든 비정규 계약직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날선 주장이 튀어나온다.

나이 탓으로 풀타임 일자리를 찾기 힘든 노인들을 아무런 베니핏도 제공하지 않은 채 값싸게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니애폴리스 외곽에 거주하는 캐롤 수 수잔(73)을 비롯, 우버와 리프트의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많은 은퇴자들은 대개 주당 20~30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말 그대로 ‘파트타임 드라이버’인 셈이다.

물론 은퇴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풀타임 운전자도 적지 않다.


드라이버에 대한 수요는 늘 공급을 앞지른다. 때문에 우버는 지난해 7월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자회사인 ‘라이프 리이메진드’(Life Rimagined)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50대 이상의 연령층에 속한 드라이버 모집에 나섰다.

AARP는 50세 이상인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전국조직이다.

지난해 AARP가 공개한 리포트에 따르면 50대 그룹은 미국의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노령화가 진행 중인데다 베이비부머들이 전통적인 은퇴 규범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탓에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는 ‘나이 든 현역’이 증가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노후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자의반 타의반’ 일손을 놓은 근로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노후를 안락하게 보낼 정도의 은퇴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부족한 소득을 보충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2014년과 2015년 우버가 드라이버들을 상대로 실시한 서베이는 이들 중 3분의 1 정도가 50세 이상임을 보여준다.

우버는 나이든 드라이버를 반긴다. 이들 대부분이 차량소유주이고 충분한 자동차 보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운전기록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우버는 인생의 전환기를 헤쳐가는 사람들을 돕는 그룹인 라이프 리이메진드와의 협업 덕분에 온라인과 대인 웍샵 등을 통해 이 그룹의 회원 140만 명을 대상으로 운전자 모집 캠페인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우버는 드라이버 지원서에 서명하고 실제로 10차례 ‘출동’을 한 운전자들에게 35달러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우버의 여성 대변인 몰리 스페이스는 “AARP와의 제휴로 이달말 현재 거의 600명에 달하는 운전자들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우버와 리프트 및 이들의 지지자들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드라이버들은 이용자 수요에 따라 고용되는 비정규 계약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일반 정규직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오버타임수당과 유급휴가 등의 권리와 특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버의 이사진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빗 플로피는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풀타임 근무시간에 비해 훨씬 적게 일하며 절반가량은 주당 10시간을 근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드라이버들에게 정규직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해 11월에 행한 연설을 통해 전체 운전자들의 3분의 2에 가까운 61%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고 발언해 진위공방을 불러오기도 했다.

우버는 풀타임과 파트타임 드라이버의 구성비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풀타임을 뛰는 우버의 일부 드라이버들은 “베니핏조차 받지 못할뿐더러 지난해 회사가 승객들에게 부과하는 요금을 마일당 1.35달러로 인하한 이후 생계임금을 벌기 위해선 일반 풀타임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앱기반 운전자협회에 속한 시애틀 기사들은 지난달 임금과 근로조건 협상권을 따냈다.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전미트럭운전사조합인 팀스터스 노조와 연대한 결과였다.

시애틀의 풀타임 우버 드라이버인 무세 바타(42)는 “생존을 위해선 최소한 주당 50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한다”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수입에서 새로 장만한 도요타 캠리 할부금과 기름값, 정비요금 등을 제해야 한다”고 투덜댔다.

“그는 본업이 따로 있으면 불평꺼리가 안되겠지만 풀타임 운전자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은퇴 후 우버에 가입한 드라이버들은 매주 들어오는 가외 수입에 너나없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동계의 지원을 받는 경제정책연구소는 최근 새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달리 특별한 재주는 없고 나이는 많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은퇴자들은 탑승예약 서비스 차량을 운전하면서 돈 이상의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모린 마혼(59)은 “엄격한 근무시간의 굴레어서 벗어나 자유와 융통성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물론 매주 들어오는 현찰도 나쁘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맨해턴에서 버스의 차량 옆면에 붙은 광고를 보고 우버를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뉴저지주 브릭 타운십에 거주하는 마혼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월스트릿에서 두 번의 레이오프를 경험했으며 2014년 중반 이후 간헐적으로 우버 운전을 하고 있다.

마혼은 “사업가와 밤에 놀러 나가는 대학생들, 파티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을 비롯, 정말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며 “원하는 시간만큼만 운전을 할 수 있고, 날씨가 나쁘거나 병원에 예약된 날에는 앱을 켜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것과 비교할 때 또 하나의 매력은 안전이다. 예약 고객들은 모두 스크린을 거친 상태이고 드라이버와 탑승객 사이에 현금이 오가지도 않는다.

드라이버가 스스로의 조건에 맞춰 작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와 관련해 차터버스 기사였던 스티븐 맥페일(66)은 우버 택시를 모는 것(우버링)은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시애틀 남쪽 커빙턴에 거주하는 그는 “가급적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배분할 것인지 직접 계획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아침잠이 없는 그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몇 차례 공항손님을 실어 나른다.

새벽부터 서두르다보니 오전에 다섯 시간만 일해도 100달러에서 150달러 벌이가 된다.

대개 오전 10시 이전에 일을 마친다는 그는 “남아도는 시간을 교회에서 봉사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수요일에는 교우들과의 아침 교제를 마친 후 운전을 시작한다.

맥페일은 보험관련 일을 하는 아내 케이스린에게 은퇴 후 우버링을 하라고 설득할 계획이다.

태양광산업체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다 은퇴한 샌프란시스코의 도미닉 안젤로(66)는 소셜시큐리티 연금만으로는 메꿀 수 없는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리프트의 ‘주말 드라이버’로 활동한다.

주말이 돌아오면 그는 베이브리지 건너 동쪽으로 3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집을 떠나 오전 8시30분까지 샌프란시스코시에 도착한다.

주말을 맞은 샌프란시스코에는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브런치를 먹으러 나선 부부,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가는 젊은이, 공항으로 가는 여행자와 출장객 등을 픽업하다보면 오후 3시까지 160달러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일단 목표액을 손에 넣으면 시간에 관계없이 다시 베이브리지를 건너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매주말 풀타임으로 뛰면 1년에 5만달러를 거뜬히 벌어들일 수 있겠지만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밤마다 술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려 취객을 태우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미네아폴리스에서 우버링을 하는 존슨의 주수입은 기업 중역들을 공항으로, 혹은 공항에서 회사로 실어 나르는데서 나온다.

바쁠 때에는 시간당 40달러 정도를 벌지만 한달에 40시간을 뛰는 그녀의 월간 수입은 600달러에 그친다.

올해 73세인 존슨은 우버 드라이버로 활동하려면 차를 광나게 닦아야 하고 개스도 풀탱크 채워야 한다고 전하고 “요즘은 기름값이 많이 내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는 어차피 해야 할 것인데다 세금에서 공제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혼녀인 그녀는 “의심할 여지없이 돈이 생활을 편안하게 만든다”며 “아이들은 내가 헤진 곳을 깁기 위해 최소한도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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