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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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불청객 통풍

2016-01-26 (화) 박상욱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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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힘든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됐으니 회식 어떨까요” “좋지” 이 한마디에 직원들 기분이 들뜬다. 일을 신나게 마무리하고 옆의 고깃집으로 향한다. 소주에 갈비에 삼겹살에 더해지는 맥주에 모두들 즐겁기만하다. 모두들 집에 가는 것이 아쉽고 또 다음날 일 나가는 것도 부담되지만 YOLO!(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헤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날...

한참 일하는 정오에 몸이 찌뿌듯하던 박 팀장에게 갑자기 아려오는 앞발의 진통. ‘뭐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고 동료의 workstation 위에 놓여 있는 약통에서 Advil을 한알 먹어본다. 먹고 얼마 후 좀 가라앉는 듯한 진통. 간신히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박 팀장.


저녁은 먹는둥 마는둥 하고 시원하게 맥주 한 캔을 들이킨다. 지금 한창인 Thursday Football을 보는 중에 또 한번 찾아오는 앞발의 통증. ‘아니 왜 이러지? 혹시 내가 어제 너무 취해서 발을 삐기라도 했나?’ 그는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친 기억이 없다. 다시 집에 있는 Advil을 먹어보지만 이번에는 도통 진통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밤은 깊어가고 통증은 더해만 간다. 이젠 이불만 스쳐도 칼로 배이듯 심하게 아프고 엄지 발가락 관절이 붓고 뜨겁기까지 하다. 통증에 한숨 못자고 아침이 밝아온다.

이젠 서 있지도 못하게 아프다. 그는 결국 발병원에 가기로 한다.

이렇듯 갑자기 발의 소관절에 통증이 발생하게 되면 통풍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급성 통풍의 주요 징후를 보면 위의 예처럼 갑작스럽게 소관절(발가락 관절, 중족 관절 또는 발목 관절) 주위가 (1)아프고, 주위에 (2)열이 나며 아픈 부위가 (3)벌겋게 (4)부어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episode가 여러 번 오랜 기간 반복되면 그 관절은 연골이 완전히 망가져서 더는 기능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럼 통풍은 어떤 질환인가. 우리의 신진대사가 단백질의 분해로 생기는 요산이란 물질을 (1)신장 기능의 약화나 혹 (2)탈수현상으로 인해 잘 처리하지 못하거나 또는 (3)단백질이 함유된 음식물이나 주류를 너무 많이 섭취할 때 혈액요산수치가 올라가 수정체(urate crystal)로 바뀌고 그 물질들이 관절 주위나 심줄에 달라붙으면서 자가면역의 공격반응을 일으켜 염증과 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염증성 관절질환을 말한다. 방치하면 이 요산수정체의 덩어리(tophi)가 싸여 관절을 망가뜨리고 살을 뚫고 흘러 나오기까지 한다.

일단 통풍이 의심되면 피검사를 한 후에 X-Ray로 관절상태를 점검한다. 급성일 경우 Colcrys란 약을 쓴다. 며칠 내 빠른 증상의 호전은 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또한 아픈 관절에 steroid성 항염증 약물을 주사하기도 한다. 피검사 결과 요산수치가 6(미국관절내과 협회 권고수치)이 넘는다면 매일 먹는 요산제거약(Allopurinol 또는 Uloric)도 써봐야 한다. 그래도 잘 조절이 안 되면 Krystexxa란 정맥투약용 요산수정체 제거약도 써봐야 한다.

위에 말한 것들 만큼 중요한 것은 섭취음식과 생활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특이 red meat 종류의 고기섭취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술 대신 물을 많이 마셔 몸의 수분상태를 늘 유지해야 하며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며 체중을 줄이는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

특히 통풍환자는 다른 질병 즉 심혈관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박상욱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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