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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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부작용 사례

2016-01-19 (화)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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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대열에 선 현재의 한국, 그리고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항생제의 의미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후진국의 국민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당뇨, 폐질환, 콩팥병, 심장병 등의 만성병을 가지고 오랫동안 살다 보니 항생제를 꼭 써야 하는 빈도와 기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만성병의 합병증으로 인하여 빈번해진 감염으로 항생제로 쓰다 보니, 이로 인한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더 크게 야기되고 있다.

환자 중에는 항생제를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기운이 없어서 항생제를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 항생제를 집에 비축해 놨다가 필요하면 복용을 할테니 미리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보험이 없는 가족에게 주겠다고 항생제를 달라고 하시는 환자분도 있었다.

첫 번째 환자의 경우는 잘못된 항생제의 인식을 바꿀 수 없는 경우였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에는 진단과 치료가 모두 의사가 아닌 환자가 한 것이다. 환자 자신이 항생제를 가지고 있다가 자신의 증상을 보고 박테리아 감염이 걸렸다고 환자 자신이 진단을 하고 치료도 결정을 하는 경우이다. 결국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치료를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는 거절을 했고, 잘못된 항생제의 복용에 대한 설명을 했을 때 이해를 하는 분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식으로 하면 한인타운에서 병원을 어떻게 할 거냐”고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분이 더 많았다. 이런 분들은 “한인타운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 왜 여기는 그렇게 안 하냐”고 말씀을 하셨다. 그런 분들 중에 종종 저에게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면 환자 다 떨어진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훈계를 주는 분들이 지난달에도 몇 분이 있었다.

맞다. 그런 분들 말씀대로 고지식하게 ‘고객’이 달라는 약을 주지 않으면서 ‘장사’ 하면 안 되는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장사하겠다고 병원을 열지는 않았다(독자 여러분은 장사를 하는 병원에 가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맞는 치료를 하는 병원을 가고 싶습니까?).

사람들이 병원에 갈 때는 아픈 병을 치료하러 환자로 가는 것이지 일명 ‘고객’으로 원하는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다.

저는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지난주에도 항생제를 남용하여 콩팥이 망가져서 응급실로 온 분을 봤다. 건강하던 분이 결국 항생제 남용으로 인하여 정상 콩팥기능에서 모든 콩팥기능의 상실로 투석을 시작하였다. 다른 예로, 모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는 일하는 곳에서 쉽게 항생제를 구할 수 있다 보니 방광염 증상이 조금 있으면 바로 항생제를 먹는 일을 수년간 반복하다 결국 수퍼박테리아에 감염이 되어 저에게 온 것을 지난달에도 봤다. 의사로서 이런 문제는 희귀한 것이 아니라 한 달에도 수 차례 보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저도 환자들에게 하루에도 여러 번 항생제 처방을 한다. 하지만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을 할 때에는 그 환자가 항생제를 먹지 않았을 경우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항생제의 문제보다 더 높다고 판단이 되어서 처방을 하는 것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수십 년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남들이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처방하는 것 같지만 의사들은 모두 그 약의 혜택과 위험성을 생각해 계산된 처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공을 던질 때 아무 생각 없이 쉽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야구팬이라면 그 선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점을 고려하고 던지는지 알 것이다.

병원은 샤핑을 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약의 처방전을 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증상이 어떤 병인지, 그리고 그 병의 치료를 위해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지 의사의 전문 지식을 들으러 가는 곳이다. 자신의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를 받길 원한다면, 의사에게 원하는 약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말하고 전문인인 의사의 진단과 치료결정을 듣는 것이다. (213)674-8282

<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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