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마음의 정원 지기

2016-01-13 (수) 10:25:54 백인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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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원 지기다. 정원의 꽃을 가꾸는 나의 의지에 따라 행복과 슬픔의 꽃이 피고, 때로는 미움과 시기, 그리고 질투의 꽃이 피기도 한다. 이 꽃들은 내 스스로 만들어 피기도 하지만, 밖에서 날아든 꽃씨 때문에 속절없이 피기도 한다. 조금만 게으르거나 사는 것에 바빠 방치하면 억센 잡초가 신났다고 주인 행세를 한다.

이 정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향기로 모습을 나타내며 항상 살아 움직인다. 어떤 향은 봄바람 같이 싱그러운 것도 있고, 타오르는 태양같이 정열적인 것도 있지만 가끔씩 지독한 악취가 나는 것도 있다. 피고 바로 지는 것도 많지만 어떤 꽃은 신기하게도 평생을 가기도 한다. 내가 할일은 시시때때로 정원을 둘러보고, 잡초를 뽑아주고, 좋은 거름을 주고, 깨끗한 물도 뿌려주고, 깊이 갈아서 햇볕도 쪼여 주는 일이다.

가끔씩 생각나면 쓰곤 했던 정원일지를 새해부터는 될 수 있으면 빼먹지 말고 쓰려고 한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명상의 시간과 정원일지를 쓰는 시간은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거름이 될 것임을 확실히 믿는다. 날마다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은, 내가 나와 진실하고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었으니 나의 정원도 새 단장을 하고 싶다. 부정적이고 향기가 좋지 않은 꽃들은 뿌리째 뽑아 버리고, 곱고 향기로운 꽃을 심고 싶다. 올 한해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정원지기가 될 것을 다짐한다

<백인경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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