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른스베르크의 불꽃놀이

2016-01-09 (토) 12:12:15 김예일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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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2015년의마지막 밤 하늘을 곳곳에서아름다운 불꽃이 수놓았다.

나도 발코니에서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을 수놓는수많은 폭죽들을 감상했다.

그런데 독일의 아른스베르크 주에서는 난민들이 폭죽소리를 듣고 전쟁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2015년 마지막 날의 폭죽놀이를 금지했다고 한다. 불꽃놀이는 독일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새해맞이 전통이라고 한다. 나의 아픔도 나의가족의 문제도 또 우리 국민의 일도 아닌데 오랜 세월 내려온 전통을 타인의 아픔을보듬기 위해 포기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른스베르크 주에서 일곱 개의 언어로번역해 배포한 폭죽놀이 금지령은 그 어떤 새해맞이 불꽃보다 아름다웠을 것이다.


새해는 원숭이해다. 공교롭게도 십간의 병과 십이지신의 신이 결합되어 병신년이되어버렸다. 연말 연초에 소셜네트워크에는 이 특이한결합을 농담의 소재로 삼은새해 축하 문구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 단어가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단어이며, 이 말을 가지고 웃고 떠드는 새에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고무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해 보였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것이다. 타인의아픔에 공감하고 소수자의인권과 인격을 침해할 위험들을 고민할 때 더 살만한,사람 냄새 나는 2016년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폭죽소리가 고향 잃은 사람들이 전쟁 트라우마를 자극할까봐 불꽃놀이라는 오래된 전통을 내려놓은 아른스베르크의 사람들의 배려를 기억하자. 병신년이란 말로 웃고 떠드는 권리를 내려놓고, 그 단어에 아파하는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자. 단연컨대 ‘나’로 점철된 새해 계획보다 ‘너’를 배려하는 마음이 훨씬 더 성숙하고 의미있는 2016년을 만들 것이다.

<김예일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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