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제약·의료기 제조업체들
2016-01-05 (화)
김 용 제 <안과 전문의>
지난해 의료계의 탑10 뉴스 중에서 의약품 값의 터무니없는 상승이 탑을 차지했다.
한 알에 13.50달러 하던 60여년 간 사용되던 항기생균 약값을 하루아침에 750달러로 올려 모두의 경악을 샀고 그 제약회사의 30대 젊은 사장을 정부 당국이 수사하기에 이르러 과거 주권시장 사기범죄가 드러나 최근에 구속되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예외로 치더라도 많은 약값이 너무도 올라 새로 개발된 어떤 약의 일년 약값은 보통사람의 일년 연봉에 달하고 비교적 저렴했던 소위 제너릭 약값도 많이 올라 환자들이 약값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고 의사들도 약처방 내주기를 꺼리게 하고 있다.
병원들은 입원환자에게 이런 비싼 약들을 한층 더 비싸게 매겨 높은 입원비에 한몫을 한다. 제약회사들은 높은 개발비로 설명을 하지만 오랫동안 잘 팔아 개발비를 넘어 큰돈을 벌었으니 약값을 내릴 법한데도 반대로 계속 올리는 것이다. 같은 약을 미국 밖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싼값에 팔고 있으니 미국 내에서만 폭리를 취하는 셈인데 이런 것을 자유경제체제에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또 하나의 주목을 끈 뉴스는 위/십이지장 검사에 쓰이는 내시경이 병균을 퍼트리는 사태를 알고도 몇년간 경고도 시정도 하지 않아 많은 환자가 계속 감염되고 죽어간 것이다.
내시경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올림퍼스 의료기 제작회사는 4년 전 처음으로 내시경 사용에 따른 감염이 유럽에서 발생한 원인이 소독이 제대로 안되는 기계의 결함인 것을 발견하고도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이를 모르는 미국의 여러 병원에서 같은 감염사태가 일어나는데 회사는 병원의 기계소독 불찰로 몰아가다가 일년 전에 UCLA 병원서 같은 일이 이러나서야 FDA의 조사가 이루어져 기계의 결함과 이에 대한 은폐를 부인할 수 없게 되었고 현재 회사에 대한 희생자들과 병원의 소송이 전개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렇게 병원 안에서 생기는 감염은 어떤 항생제도 안들어 치사율이 50%로 감염환자 둘 중 하나는 죽는 소위 수퍼버그 병균에 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 독일의 거대한 폭스바겐사가 자동차 배기개스량을 속여오던 것이 들통났고 그 전엔 도요타와 미국 GM사도 차의 결함을 숨기고 조치에 늦장을 부리다 큰 벌금과 소송을 당했고 지금 일본 에어백 제조회사도 같은 처지에 있는 것과 비교가 되는데 자동차의 경우 정부기관의 엄벌이 가능하지만 FDA는 약품이나 의료기의 사용허가와 제재 는 하지만 비리에 대한 처벌을 하는 권한이 없는 것이 아쉽고 피해자나 병원의 소송만이 가능한데 돈 많은 회사들을 소송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약품과 첨단의료장비 없이는 최고로 발달된 현대의학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를 포함한 대중에게 직접 아니면 보험료를 통해 부과된다. 아픈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의 사람들의 돈으로 큰돈을 버는 과욕을 자제하는 회사들의 배려가 아쉽고 이에 대한 어떤 형태의 제재를 기대해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김 용 제 <안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