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utler Peak’ 뾰쪽한 바위봉 위에 새 둥지 같은 화재감시대

2016-0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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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ler Peak’ 뾰쪽한 바위봉 위에 새 둥지 같은 화재감시대

Butler Peak 정상의 화재감시대.

남가주 일원의 산을 오르다보면가끔은 화재감시대(fire lookout)가 설치되어 있는 산을 만나게 되는데, 이런 곳은 당연히 전망이 넓고도 깊게탁 트여 있게 마련이고 또 대개는 차량이 올라올 수 있도록 찻길이 나 있게 마련이다.

현재는 약 2,000개의 화재감시대가 남아 있는데 이 중에 약 600개만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며,이 가운데 약 100개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단다.

미국 전체로는 대략 1주일에 1개의화재감시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이런 추세라면 10년쯤의 세월이 지나면 화재감시대라는 존재는 이제 오로지 흘러간 옛 시절의 전설로만 남게되지 않을까 싶다.


남가주에는 지금 모두 7개의 화재감시대가 현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은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어 있는 Big Bear 지역의 산 중에서 는 그래도 가장 높은 산인 ButlerPeak(8,535’)을 안내한다.

Butler란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청지기’ 또는 ‘집사’이지만, 사실은 사람의 성에서 따다 붙인 이름이라고한다. 누가 그 주인공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듯한데, Sierra Club의자료에 의하면, 1891년의 제2차 BigBear Dam Project에서 이를 관장했던Hydraulic Engineer, W. C. Butler이거나, 아니면 1905년께 county supervisor였던George C. Butler일 것이라고한다.

그러고 보니, Margaret Mitchell이1936년에 발표한 소설을, Clark Gable이 남자 주인공 Rhett 역을, VivienLeigh가 여자 주인공 Scarlett 역을 맡아 영화로 만들어져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Rhett Butler’였음이 생각난다.

아무튼 이 Butler Peak은 Big Bear지역의 작은 community인 GreenValley와 Fawn Skin 사이에 위치해있는데, Fawn Skin에서 7마일 정도의비포장도로를 달려 자동차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방법이 있으나, 비포장도로 이용 때의 불편함을 피하면서 실제적인 산행도 할 겸 또 가끔은 임의로 이 비포장길이 차단되기도 하므로, 오늘은 비포장도로가 아닌, BigBear 지역을 동서로 관통해 나가는간선도로(SR-18)상에 주차를 하고 곧바로 산행을 할 수 있는 루트를 안내한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가파른 능선을 타게 되므로 차로 정상에 오르는것에 비하면 심신수양의 효과나 심리적인 만족감이 큰 바람직한 산행이된다. 왕복 2.5마일에 순 등반고도는1,440’가 되어 약 3~4시간이 소요된다. 단, 눈이 쌓여 있을 때나 비가 올때는 안전을 위해, 이 루트로의 등산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등산코스>주차한 도로(7,180’)에 서서 북쪽을바라보면 거대한 절벽을 방불케 하는 가파르고 높은 산줄기가 바로 눈앞에서 동서로 뻗어가고 있는데, 자못 험준한 그 산세에 다소 위축감을가질 수 있겠다.

여기서 북북서쪽의 아스라한 능선위를 자세히 보면 뾰쪽하게 솟아 있는 돌출부에 제비집인양 작게 보이는구축물이 보인다. 바로 우리가 지금부터 올라야 할 Butler Peak이고 그봉우리 위가 fire lookout인데, 저렇게가파른 곳에 어떻게 올라가나 걱정스럽기도 하다.


도로를 횡단해서 등산을 시작해야하는데 이 SR18을 건너는 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나가는 차량의속도가 빠르고 이 지점이, 길이 거의직각으로 꺾이는 곳이라서 운전자들이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멀리에서부터 미리 보지 못할 수가 있다.

길을 건너서 동쪽의 길섶을 보면50m쯤 앞에 도로 표지판이 서 있는것을 볼 수 있다. 그 표지판 쪽으로가면서 왼쪽의 산비탈로 올라갈 수있는 곳을 눈으로 찾아보면 표지판에 이르기 전에 적합한 곳을 찾을 수있다. 이곳을 통해 30m 정도의 비탈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나 있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 발자취, 즉 ‘use trail’을 따라가면 곧바로 서쪽의 주능선에 닿게 되는데, 주능선에서는 오른쪽(북쪽)으로방향을 바꾸어 고점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지는듯한데, 이따금 그리 높지 않은 빈 전신주가 서있고 굵지 않은 녹슨 철선이 우리가 오르는 방향을 따라 간헐적으로 땅 위에 드리워져 있다.

고도를 더 올라가다 보면 제법 울창하던 소나무나 전나무류의 숲이사라지고 이젠 오로지 불에 검게 타버린 채 서 있거나 쓰러져 있는 고사목들이 또 다른 숲을 이루고 있는황량한 비탈이 된다. 그래도 아직은키가 덜 자란 Manzanita, Buckthorn,Yerba Santa 들이 넓은 산자락을 가득 채우고 있어, 빠르게 산의 푸르름이 회복되고 있는 것임을 알겠다. 아마도 맹렬한 산불이 이 산의 상단부를 주로 태우며 지나간 것인가 보다.

커다란 고사목들이 얼기설기 큰바위들 사이에 쓰러져 있고, 촘촘하게 가시로 무장한 Buckthorn들이 길을 막아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않고, 이젠 use trail도 없는 완연한cross country 구간이다. 그래도 이따금씩 솜덩이 같은 노랑꽃을 무더기로 피우고 있는 Rabbit Brush의 화사함이 있어 마음이 환해진다.

뒤를 돌아보면 멀리 San BernardinoRidge가 눈에 들어오고 그뒤로는 사시사철 머리가 흰 Mt. SanGorgonio의 모습도 나타난다.

이윽고 비포장도로(2N13C)가 나타난다. 대략 1마일의 거리에 걸쳐1,000’의 고도를 올라온 셈으로 이제해발고도 8,200’ 지점에 서있게 된 것이다.

왼쪽으로 뻗어가는 도로를 따라간다. 서쪽으로 넓게 펼쳐지는 푸르고밋밋한 비탈과 능선 위로 유독 고깔처럼 뾰쪽 솟은 바위봉우리가 있고그 위에 작은 건물이 올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찌 보면 둥글한대지의 몸에 불쑥 솟아난 봉긋한 젖가슴과 젖꼭지라고 볼 수 있을 듯도하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면 어떻게 저렇게 뾰쪽한 바위봉 위에 화재감시대건물을 지어 올릴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저 곳에 올라갈 수 있을까 마냥신기한 느낌이다. 그러나 정상 봉우리에 바짝 다가가서 보면 그 북쪽 뒤로빙 돌아서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는길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선다.

사방팔방의 전망이 과연 일망무제라, 화재감시대를 이 벼랑 같은 바위산 봉우리에 어렵사리 올려 지어놓은 까닭을 이해하겠으나, 그래도 어느 날 거센 폭풍우가 불어 닥치면 새의 둥지 같은 이 건물이 돌연 한 잎낙엽인양 홀라당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 가시지 않는다.

[가는 길]
10번 Freeway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R(State Route)210이 나오면 이로 갈아타고 북상한다.

SR330이 나오면 다시 이를 타고또 북쪽으로 간다. Running SpringsTown에 이르면 SR330이 끝나면서SR18에 통합된다.

SR18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Snow Valley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3.2마일을 더 가면 길 오른쪽에 넓은주차공간이 있고 ‘Call Box 18-424’가 설치되어 있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 주차한다.

재미한인산악회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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