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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 A 10mg이 B 80mg보다 더 강하다?

2015-12-22 (화)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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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의사는 보통 고혈압 환자를 하루에 10명 이상씩 치료한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복용해 오던 고혈압 약을 다른 고혈압 약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고 다른 종류의 고혈압 약을 더해서 먹어야 할 때도 종종 있다. 그 때마다 환자들에게 듣는 질문이 있다.

58세 미스터 김이란 분이 혈압 약 Norvasc(노바스크) 10mg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혈압이 계속 상승해서 160/100정도가 한 달 이상 유지되었다.

그러면 심장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혈압약을 추가해야 한다(노바스크는 10mg이 최고 용량이므로, 더 이상 용량을 올리는 것은 큰 혈압강하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증가한다).


그래서 Diovan 80mg을 추가로 처방했다(Diovan은 80mg이 최소용량이고 160mg이 중간용량, 320mg이 최고 용량이다).

이 때 미스터 김이 질문했다. “지금까지 10mg짜리 약을 먹었는데, 80mg짜리 약을 보탠다니걱정됩니다. 8배나 강한 약을 먹어도 되나요? 좀 약한 약을 보탰으면 좋겠는데요.”질문을 받고 내가 설명했다.

“고혈압 약을 단지 mg 숫자만으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디오반은 80mg이 제일 약한 약이지요. 하지만 디오반 80mg은 노바스크 5mg과 비슷하거나 조금 약한 약입니다.

노바스크 10mg가 디오반 160mg보다도 약간 더 강한 약입니다. 즉, 디오반의 분자량의 크기 때문에 mg 숫자는 많지만 상당히 순한 약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노바스크는 사이즈는 작아도 강한 늑대와 같고, 디오반은 덩치는 크지만 순한 소(cow)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설명을 하니 미스터 김은 수긍했다. 여러분들도 혹시 혈압약의 용량 비교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계셨다면 이 기회에 확실히 아시기를 바란다.

한 가지 비교를 더 해보겠다. 다른 많이 쓰이는 혈압약으로 아테노롤(Atenolol)이 있다. 아테노롤 용량은 50mg, 100mg, 200mg이 있는데 아테노롤 50mg과 노바스크 5mg이 비슷한 혈압강하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 아테노롤 100mg은 노바스크 10mg과 같은 혈압강하력이 있다. 혈압약뿐만이 아니라 당뇨약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당뇨약 Glucotrol(글루코트롤) 10mg과 Glucophage(글루코페이지) 500mg를 비교해 보자.

얼핏 보면 글루코페이지가 글루코트롤보다 50배나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이 두 약의 강도는 비슷하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mg 대 mg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또 많은 고혈압 환자들과 당뇨병 환자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종류의 약들을 함께 복용하는데, 약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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