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스민혁명의 비극

2015-10-2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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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미국의 인터넷 신문인 Huffington Post에 감동어린 기사가 실렸다. 미국 여기자가 시리아 난민과 터키에서 독일까지 동행하면서 겪은 생생한 현지 르포다. 소피아 존스라는 이 여기자는 어느 일가족과 함께 걸어서 터키-그리스-마케도니아-세르비아-헝가리-오스트리아 등 6개국을 거쳐 독일에 도착하는 동안 자신이 직접 목격한 피난민들의 눈물 나는 과정을 보도한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태어나느냐는 내가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운명이다. 시리아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비극적인 운명인가. 반면 내가 시리아에서 태어나지 않고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를 느끼게 한다.

시리아는 지금 전국이 초토화 되어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리비아 혁명으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자극을 받은 시리아 국민들이 독재자 아사드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 내전으로 번진 것이다. 여기에다 이란이 시아파인 아사드를 돕고 사우디가 수니파인 반정부군을 지원하는 바람에 반정부 데모가 전쟁으로 번졌다.


리비아 혁명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이웃나라인 튀니지에서 재스민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23년간 권좌에 머물던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이 사우디로 망명하는 기적(?)이 일어난 데 리비아 국민들이 용기를 얻은 것이다.

그럼 재스민혁명(재스민은 튀니지 국민들이 사랑하는 꽃이다)은 왜 일어났는가. 모하멧 부아지지라는 26세의 노점 상인이 경찰의 행패에 못 이겨 분신자살한 것이 혁명에 불을 당겼다. 2010년 12월의 일이다. 그런데 재스민혁명으로 리비아와 시리아에서는 민중이 더 잘살게 된 것이 아니라 나라가 마비되고 수백만 명이 고향을 버리고 유럽으로 탈출하는 민족 대이동 현상이 발생한 것이 혁명의 비극이다.

카다피가 42년 동안이나 독재정치를 해서 그렇지 그 시절엔 리비아 국민들이 그런대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석유수출로 인한 수입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리비아인들이 보트를 타고 이탈리아로 탈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리비아를 탈출하다 잡히면 감옥에 가거니와 해안경비가 워낙 엄했다.

혁명이 일어나고 해안경비가 마비된 지금은 어떤가. 지난 4월 800여명의 피난민이 탄 보트가 해안에서 가라앉아 최고의 침몰 비극을 자아낸 케이스가 바로 리비아 앞 바다에서 일어났다. 리비아는 지금 정부군과 반정부군, 거기에 ISIS까지 끼어드는 내전이 벌어져 치안이 마비상태다. 시리아와 상황이 비슷하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 졌다.

이슬람국가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으로 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슬람 자신이 증명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발언권이 강하고 야당 활동이 존재한 튀니지만 민주주의를 회복해 4인 통치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타기에 이르렀다.

민주주의는 아무나 하나. 아랍의 혼란은 역설적인 단어 “아무나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야당 부재로 훈련된 대체세력이 없다보니 독재정권이 무너져도 사회적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아 마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평소 국민이 민주주의에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민주주의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스민혁명이 증명하고 있다. 아랍의 봄은 봄이 아니다. 봄 다음에 여름이 오는 것이 아니라 기나긴 겨울이 오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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