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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김문철 목사 ㅣ폭스바겐 스캔달

2015-10-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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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독일산 아우디(Audi) 를 보곤“나도 한번 타보고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브랜드를 따지면야 벤츠나 BMW가 아우디보다 상급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동그라미 네개가 서로 일열로 겹쳐져 있는 아우디의 앰블럼(emblem) 이미지가 괜히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5개의 동그라미 고리가 서로 얽혀서 전세계의 화합과 하나됨을 상징하는 올림픽 엠블럼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아우디 회사인 폭스바겐이 스켄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배기가스 씨스템 작동과정을 속인것이다. 검사할 때는 배기가스가 없도록하고 주행할때는 마음껏 매연을 배출하도록 소프트웨어로 조작했다. 이로 인해“클린디젤, 친환경차” 라는 이미지에 손상이 갔다. 나아가 미세먼지와 매연을 뿜어내는 공해차량으로 낙인이 찍히고 있다.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고 지구온난화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세계가 공분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차는 전세계 1등 브랜드로 인해 비싸도 잘 나갔다. 그 가장 큰 이유는“독일차는 믿을 수 있다”라는 강한 신뢰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뢰가 폭스바겐 스캔달로 무너지고 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은 약 800억불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판이다. 나아가 앞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법정소송이 예상된다고 하니 과연 폭스바겐이 살아남을지 의문이며 독일경제까지 흔들거릴 지경이다.



폭스바겐 사건을 겪으면서 성경의 십계명중 제 9계명“네 이웃을 향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가 떠오른다. 법정에서의 거짓증언은 한 인생을 죽이고도 남는 파괴력을 가졌기에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주어진 계명이다. 그만큼 거짓은 악하고 파괴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인간은 생각보다 정직하기가 쉽지 않다. 본성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이익에 근거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라는 말을 하는가? 돈, 힘, 명예와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지 않는가.

사람이 거짓말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질투때문에, 이익때문에, 그리고 사실이 드러날까봐 거짓말 한다. 그런데 그런 거짓말의 믿바닥에 흐르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비교우위를 선점해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때문이다.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씨스템을 속인 것은 1등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망때문일것이다. 왜냐하면 1등이 추구하는 적은 연비, 친환경 차량, 그리고 소비자 만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회사의 이득도 챙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속임수이기때문이다. 소프트웨어만 장착하면 다 해결되는 데 굳이 엄청난 연구비와 제작비용이 소요되는것 일을 할 이유가 없기때문이다. 거짓이 주는 힘과 쾌감이다. 하지만 악한 힘이고 악한 쾌감이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구축해 온 신뢰를 거짓으로 한순간 무너뜨리고 말았다. 매연을 뿜으며 이웃과 온 세상에 해를 끼치는 차를 타야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이 아우디를 타고 말리부 해변을 운전하고 싶어했던 나의 단순한 소망마져 꺽은 셈이다. 슬프다.
거짓의 반대는 진리다. 거짓에서 벗어나는 길은 진리편에 서는것뿐이다. 부디 폭스바겐이 거짓의 고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진리의 편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래서 훗날 내가 아무런 꺼리낌 없이 기쁜 마음으로, 아우디를 타고 말리부 해변을 질주하게 해주길 기대해본다.


“그런즉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과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 이는 우리가 서로 지체가 됨이라” (엡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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