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이 추석이다. 송편을 먹고 조상의 묘를 찾아 인사하는 성묘가 가장 큰 행사이다. 한국을 방문하여 성묘할 때 나는 아일랜드 노래 ‘대니 보이(Danny Boy)’를 떠올린다. 노래에 나오는 대니가 바로 우리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 때 듣던 ‘대니 보이’는 그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노래였다.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저리다. 아일랜드에서 경제가 너무 나빠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을 수 없던 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대니에게 부모나 동네 어른들이 불러주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대니 보이’는 바로 우리들의 노래이다.
영국의 왼쪽 바다 건너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몹시 가난한 나라였다. 먹고 살기 위해 아일랜드인들은1700년대부터 해외이주를 시작하여 1840년대의 대기근을 겪으면서 대규모로 해외이주를 하였다. 해외에 나가 사는 이민1세 아일랜드인들과 그 자손들 즉 아이리시 디아스포라는 2015년 현재 아일랜드 본토 인구 500만의 16배인 8,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도 아일랜드와 같은 가난의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1960년대 일인당 국민소득이 87달러이고 실업률이 23%에 달했다. 그래서 1963년부터 1977년까지 8,400명의 고학력 젊은이들이 광부로 그리고 1만2,000명의 여성들은 간호사로 서독에 직장을 찾아 이주하였다. 대학 졸업자들도 광부 경력을 허위로 속이면서까지 위험한 중노동인 석탄 광부로 서독에 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 직장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MBC 특집방송에 의하면 이들이 고국에 송금한 돈이 1967년 한국 총 수출액의 36%나 될 정도로 한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들 덕분에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마저 거절한 차관을 서독으로부터 들여와 산업 근대화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들이 서독으로 떠날 때 잘 가서 돈 많이 벌고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어른들이 기도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면 그것이 바로 ‘대니 보이’ 노래였을 것이다.
‘대니 보이’는 영국의 프레드릭 웨덜리가 작사하여 아일랜드 민요를 곡으로 한 노래로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노래이다. 가난하여 고향을 떠난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노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 목동아”로 번역되었는데 대니는 매우 흔한 이름으로 목동일 수도 있으나 한국에서 흔한 “철수야” 정도가 될 것 같다외국 노래를 번역할 때 가사와 음의 숫자가 맞아야 하므로 직역하기 어려운 것은 이해하나 번역이 아주 틀려서는 안 되겠다. “You must go and I must bide”는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가 아니라 “너는 가고 나는 남아 기다려야지”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노래의 1절은 대니가 해외로 떠날 때의 노래이고 2절은 대니가 성공하여 돌아와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어서 가사가 더욱 애절하다. 간단히 번역하면 이런 내용이다.
“네가 돌아올 때에는 모든 장미가 죽고 나 또한 죽어 있을 거야. 너는 내가 누어있는 무덤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기도하리라. 네가 사뿐히 내 무덤 위를 걸을지라도 나는 들을 것이고 내 무덤은 더 따뜻하고 더 달콤하여 지리라. 네가 허리를 굽히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니까. 그러면 네가 나에게 다시 올 때까지 평안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많은 유명 가수들이 ‘대니 보이’를 불렀지만 나는 가톨릭 신부였다가 테너 가수가 된 핀바르 라이트(E. Finbar Wright)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누구나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
해외거주 한인들 즉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700만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중국, 미국, 일본, 구소련지역에 살고 있다. 그 중 미국의 한인은 1960년대까지 대부분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고 그 후 가족이민, 취업이민, 유학을 목적으로 한 이주가 급격히 늘어 현재 180만명(2014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어떤 이유로 미국에 왔건 한국에서 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미국에 온 것임이 틀림없다.
언제이건 한국을 방문하면 조상의 묘를 찾아 키워준 은덕에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면 조상들은 편히 잠들어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 해외이주자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들에게 할 수 있는 효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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