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엑토플라즘의 정체는?

2015-08-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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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심령술사의 속임수

‘엑토플라즘’ (Ectoplasm)은 교령회 때 영매의 몸에서 흘러나온다는 정체불명의 영적물질을 뜻하는 용어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19세기의 생리학자 샤를 리셰 박사가 처음 사용했는데 죽은 사람의 몸이나 얼굴, 사지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다고한다.

물론 이는 눈속임이었다. 심령현상처럼 보이기 위해 영매가 거즈나 동물의 사지를 가지고 일종의 쇼를 한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역사학자 로버트 브레인교수는 지금 보면 우습기 짝이 없지만 리셰박사를 포함한 당대의 지식인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한다.


“왜 리셰 박사 같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조차 엑토플라즘 따위를 타당하다고 여겼을까요? 분명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 19세기 중반 무렵 과학자들은 동식물의 세포 속에서 ‘플라즘’ (plasm)이라는 젤리형 물질을 발견했다. 그리고 플라즘을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 여겼다. “생물학자들은 이후 무려 100년 동안이나 프로토플라즘(protoplasm), 즉 오늘날의 용어로 원형질(原形質)을 연구했습니다. 그것이 당대의 주류 과학이었죠.”

이를 감안하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인체가 플라즘을 배출한다거나 배출된 프로토플라즘, 즉 엑토플라즘(ectoplasm)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고 믿었던 것도 그리 이상한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 분자생물학을 통해 유전적 특징은 세포의 플라즘이 아닌 핵산 속에 있음이 드러나면서 프로토플라즘은 생물학계의 흑역사가 됐다.


▲교령회(交靈會): 죽은 이의 혼령과 교류 및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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