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키우기
2015-08-12 (수) 12:00:00
4학년인 막내가 슬퍼하면서 학교에서 돌아왔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젤리 샤프를 교실에서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흔한 귀여운 문방구류가 미국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책상 속도 찾아보고 분실물 보관소에 나타나나 기다려도 보다가, 며칠이 지나서 엄마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고작 20여 명 친구들을 자리별로, 성향별로, 범인 추리기를 하고 있는 막내를 보니 옛일이 생각났다.
큰 아이가 돌 무렵에는 2~3일마다 당직이라 도우미를 썼었다. 가까이 사시던 외할머니는 늘 사람이 들면 손 타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셨다. 그럼에도 별 귀중품이 없는 집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식비가 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근무시간이 길어 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없는데, 아기가 이런저런 과일을 잘 먹는다던지 갈비찜을 잘 먹는다며 도우미가 음식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도우미의 가방이 점점 커졌다. 어느 날 어마어마한 등산 가방 가득 음식을 넣어가다 딱 걸렸다. 그 이야기를 들으신 할머니는 나를 혼내셨다. 간수를 잘못하고 훔칠 여지를 줬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도둑으로 만들고 직장까지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젤리샤프를 학교에 가져가도록 둔 내가 문제다. 친구들에게 욕심이 생기게 하고, 내 아이에게는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고. 만약 훔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설명을 아이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