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취증 원인은 땀 냄새보다 박테리아인 경우 많아
▶ 교감신경 과민 반응 탓… 심각한 질병과는 무관
【다한증】
여름에는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땀이 날 수밖에 없지만, 꼭 여름이 아니어도 손과 발에 나는 과도한 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한증이 있는 사람들이다. 손이나 발에 땀이 흥건해 악수를 자주하는 직장인의 경우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들어하거나, 혹은 셔츠 겨드랑이 부분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팔을 올리기가 꺼려한다. 긴장을 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얼굴에 비 오듯 땀을 흘리거나 빨개져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브루스 박 피부과 전문의는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고민으로 좋은 치료 방법은 없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 하지만 다한증에는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박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다한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 다한증 원인과 증상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은 바로 피부다. 피부에는 약 200만개에서 500만개 정도의 땀샘이 있다. 피부는 땀을 통해 체내 수분배출을 하면서 우리 몸의 체온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또 땀을 통해 몸 속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낸다. 땀샘은 손과 발, 겨드랑이, 얼굴 등에 많이 분포돼 있다.
다한증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박 전문의는 “다한증은 교감신경계가 너무 과민반응을 해 땀이 많이 나는 것”이라며 “왜 교감신경계가 과민반응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한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땀샘 분포가 많은 손과 발바닥, 겨드랑이에 땀이 보통사람보다 더 많이 분비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벼운 이상증상이지 다한증이 어떤 다른 심각한 질병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개는 사춘기 때인 13~14세부터 교감신경계 과민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항우울증 약, 갑상선 약 등을 복용하는 경우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박 전문의는 “당뇨환자, 심장환자, 파킨슨병 환자인 경우 다한증이 많긴 하다. 그러나 손에 땀이 많이 난다고 해서 꼭 다른 질환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가 아닌 나이가 들어 다한증이 생기거나 심해지면 파킨슨병이나 당뇨병, 심장질환이 있는 것도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그냥 있어도 벌써 손에서 물기가 보일 정도로 땀이 많이 난다.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자주 과하게 땀을 흘리는데 걱정하거나, 스트레스, 긴장으로 교감신경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용하면서 땀이 많이 난다. 밥을 먹다가도 땀이 얼굴에서 비 오듯 흐른다.
미국에서는 약 2~3%가 겨드랑이 또는 손바닥, 발바닥에 발한 과다로 인한 다한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는
박 전문의는 “최근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진 것이 보톡스다. 발 외에 손과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에 쓰인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고, 주사할 때 한 대만 놓는 것이 아니고 한 부위에 50~100회 주사를 놓는다”고 설명했다. 대개 발은 보톡스를 맞지 않는다.
보톡스는 부작용이 있는데 처음 보톡스 주사를 맞고 나서 손의 힘이 다소 약해진다. 컵을 손으로 쥘 때 떨어뜨릴 수 있는 정도다. 또 키보드 타이핑을 할 때 느려진다.
보톡스는 비용이 비싼 것도 단점이며, 몇 달 후에 다시 맞아야 한다. 젊은 환자들의 경우 처음에는 염화알루미늄(aluminum chloride)을 주성분으로 하는 바르는 약이 처방된다. 박 전문의는 “환자에 따라 바르는 염화알루미늄 연고는 겨드랑이에 사용하면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염화알루미늄 성분의 땀 억제제(antiperspirant)는 오버-더-카운터(over-the-counter)도 있지만 별 효과가 없으면 의사 처방으로 좀 더 성분 함량이 높은 연고를 사용한다. 의사 처방의 연고는 피부에 자극이 될 수도 있어 대개 취침 전에 바르고 잔다.
흔한 치료법은 아니나 먹는 알약이 처방되기도 하는데, 교감신경 간의 전달을 막는 차단제(blocker)가 치료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강 건조증, 시야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방광 문제 등 부작용 때문에 잘 쓰이지는 않는다.
다한증으로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수술로 손에 땀이 나지 않게 되면 얼굴이나 등, 이마, 머리 등 다른 부위에 땀이 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겨드랑이의 경우 땀샘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절개부위를 최소화해 지방흡입술(liposuction)을 통해 땀샘을 제거한다. 이온영동요법(Iontophoresis)이라 해서 약한 고주파 전류를 이용해 땀샘을 막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전기의 힘으로 이온이나 이온화된 약물을 피부나 점막으로 국소 투여한다.
교감신경 절제술로 겨드랑이 밑으로 2~5mm의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모니터로 보면서 내시경에 달린 전기 메스나 레이저로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수술도 있지만 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데오도란트가 도움되나?
데오도란트의 주성분은 염화알루미늄이다. 의사 처방전 연고보다는 약하지만 염화알루미늄 성분 때문에 다소 효과가 있다. 박 전문의는 “과도한 땀이나 암내 때문에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냄새가 박테리아 때문이면 오히려 세균의 먹이가 돼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데오도란트는 젖은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액취증(암내)은
사실 땀 자체는 냄새가 없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피부의 케라틴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면서 냄새가 나기도 하는 것.
박 전문의는 “사람마다 다른데, 박테리아가 원인일 수도 있다. 겨드랑이를 비롯해 발바닥, 사타구니 등에서 냄새가 심한 경우는 박테리아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박테리아가 100% 원인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음식이 한 원인일 수도 있다. 땀 때문에 냄새가 나는 것은 마늘이나 양파, 커리 등 강한 음식을 먹은 요인 때문에 암내가 나는 경우가 있다. 남성의 경우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안드로겐 호르몬 증가로 인해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또 냄새에 민감한 경우 주변 사람은 못 느끼지만 혼자서 냄새가 난다고 고민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발 냄새의 경우 냄새 나는 신발이 원인일 수도 있다. 신발 때문이라면 신발 전용 탈취제가 도움될 수 있다. 또 땀 흡수가 잘 되는 두꺼운 양말이 좋다.
#여성의 경우 핫 플래시(Hot Flashes) 때문이라면
폐경기가 원인인 핫 플래시는 얼굴이 화끈 거리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차가운 물수건으로 얼굴을 식히거나, 혹은 얼음냉수를 마시는 것도 도움된다. 의사 처방전이나 혹은 호르몬 요법이 있지만 의사와 꼭 부작용에 대해 상담한다.
콩이나 블랙 코호시(Black cohosh), 인삼, 카바(Kava), 레드 클로버, DHEA 등 여러 보조제가 있지만 역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효과를 보거나 효과가 전혀 없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도움말 주신 분: 브루스 박 / 피부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