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와 나무 사이

2015-07-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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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인 / 대학 강사

가끔 한국의 드라마를 보면 다 큰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결혼이나 연애일로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게 된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성인이 되는 나이 16세와 맞물리면서 일단 독립된 성인으로 본인도 생각하고 부모도 아이가 경제적으로는 자립이 안 되었지만 독립된 개인으로 간주한다.

엄마들이 모이면 아이가 대학에 가서 얼마나 자주 집에 전화가 오는가를 서로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 아이는 매일 밤 전화 와서 오늘 뭐했는지 시시콜콜 다 이야기해서 자기는 아이의 학교생활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훤하다고 자랑한다. 또 누구는 3일에 한 번, 누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고 한다.

내 아이는 전화가 한 달에 한두 번 왔던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전화가 오면 첫 마디가 “무슨 일 있어?”였다. 별일 있어야 전화하니까. 그럼 백발백중 학교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 물론 학교생활은 공부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거의 매일 전화하는 것을 부모와 자녀 간의 애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혹여 아이가 성인이 됐음에도 부모로부터 감정적 독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닐까. 아이를 어떻게 부모에게서 떨어뜨려놓아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부모의 그늘 아래서 크게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자녀 양육의 목표는 아이가 성장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부모와 떨어져 한 인간으로 대등하게 일어서는 일이다. 마냥 안쓰럽기만 한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자연스런 감정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적 독립이다.

누군가 그랬다. 나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나무와 나무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그 공간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마음의 공간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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