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가 좋을 때

2015-07-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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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영 / 데이비스

미국에 오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와, 미국 가면 영어 제대로 배워 오겠네” 하더니, 1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은 “미국에 1년 살았으니까 원어민처럼 말하겠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여기서 만나게 되는 모든 한국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몇 년 살았다고 절대 영어가 술술 나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중학교 때 ABC를 배우기 시작해 수능 시험 이후 영어 공부라고는 손을 완전히 놓은 나는 그 결정적 시기를 놓치고 오늘도 헤매고 있다. 영어가 힘들고 미워질수록 한국어의 소중함은 배가 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영어가 정말 좋다고 느껴지는 점이 있다. ‘나이 차이’가 대화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언니, 선생님, 누구씨 등 호칭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가 적은가 눈치를 살펴 존댓말을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어린 대학생과 얘기하면서도 친구처럼 느껴지고, 일흔이 넘은 할머니와의 대화도 정말 편하고 재미있다.


물론 관계야 맺기 나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는 이 ‘호칭’과 ‘존칭’ 문제 때문에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땐,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호칭이 정해지는 순간 암묵적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듯한 느낌도 싫다.

아니 뭐 꼭, 여태껏 한국인 친구 한 명 못 사귀어서 외로움 병에 걸린 탓을 ‘우리말’에 돌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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