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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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 (61) ‘Uncle Tom’ (1)

2015-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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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환>

Uncle Tom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 왔었으나 미국에 와서 사는동안 Uncle Tom 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경우에 따라, 또 발언자가 누구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보고 “과연 Uncle Tom 이란 누구이냐?” 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백인들이 점잖은 음성으로 이 말을 쓸 때에는 대게 ‘제자리를 알고 있는 양순한 흑인’ 이란 약간의 멸시감이 포함된 것인 경우가 많은 것 같고 흑인들이 자신을 ‘Nigger’라고 자조적으로 불러가면서 이 말을 쓸 때에는 “불의에 항거할 줄도 모르고 무조건 굽실거리면서 사는 비굴하고 천치 같은 흑인”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것이 정확한 의미인지 늘 궁금해 왔었다.


그런데 Harriet Beecher Stowe 여사의 Uncle Tom’s Cabin 을 읽고 난 후에는 제3의 정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아마 이 제3의 정의가 맞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는데 그것은 “Uncle Tom은 Saint Tom 이라고 불러 주어야 할 만큼 죽음 앞에서도 원칙을 싸게 흥정해 버리지 않는 용감한 남자다운 사람이며 어느 누구보다도 몸으로 기독교를 믿으며 실천해온 철저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Stowe 여사는 커네티컷 주에서 1811년에 노예해방주의자였던 목사의 딸로 태어나 오빠도 극열한 노예해방주의 목사가 되었고 남편도 역시 노예해방주의 목사였던 ‘불온사상’ 집안 출신인데 1896년까지 장수하면서 장편소설 10편, 무수한 여행기, 단편소설들을 써낸 부지런한 분으로써 이 책은 미국 출판사상 최초로 백만 권이나 팔린 소설이며 전 세계에 한국어를 포함한 각국어로 번역되어 보급되었고 연극과 뮤지컬로도 공연되었다고 한다.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중에 Stowe 여사를 만나보고 “So, is this the LITTLE woman whose book made such a great war?” 라고 감사했다고 한다. 짧은 중편소설 길이의 이 책은 미국역사 에 미친 큰 영향의 비중 때문에 미국역사에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 역사가들 중에는 이 책이 노예제도의 죄악성에 대해 미국 사람들이 자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서 링컨 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했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더러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게 된 간접적인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었다고 보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 책이 쓰였던 당시의 미국은 노예제도 찬반문제로 민심이 극도로 갈라져 있어서 지역에 따라서는 노예제도 반대자들이 암살되기도 하였으며 집에 불 지름을 당하는 일들도 있었다는데 미국의 양심을 찌르고 미국을 전 세계의 비판대 위에 올려놓게 한 이 책을 썼다는 것은 자신의 위험을 감수한 용감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예 해방선언이 (1863년 1월 1일) 포고되기 불과 13년 전인 1850년에 노예 제도 불인정 주 에서도 노예주에서 탈출한 노예가 잡히면 탈출한 주로 압송 하도록 규정한 연방법 ‘The Fugitive Slave Act of 1850’이 제정되자 Stowe 여사는 실질적으로 노예제도를 미국 전국이 채택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1852년에 이 책을 출간함으로써 이와 같은 링컨 대통령의 찬사가 나올 수 있도록 미국의 양심에 폭발물을 던졌다.

이 책은 원래 Stowe 여사가 18년간의 켄터키 주의 생활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 했거나 아니면 노예로서의 체험담을 얘기해준 사람들의 증언들을 근거로 정기간행물에 연재소설로서 게재했었던 것을 출판사의 권유로 단행본으로 출판 하였는데 출간한지 3개월 안에 10만권이 팔리면서 출판사는 책을 찍어내기가 바빴고 Stowe 여사는 단숨에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출판되자 이 책에 대해서 가장 극렬하게 비난을 퍼부은 것이 기독교교계 이었는데 그 이유는 Stowe 여사가 노예제도를 “미합중국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묵인할 수밖에 없다” 고 주장한 정치가들 (놀랍게도 링컨 대통령을 포함해서)과 “신실한 종이여 ….” 라는 성경구절을 들먹여 가면서 노예제도는 성경에서도 인정하는 제도로서 노예들은 “저승” (Heaven) 에서나 잘 살 생각을 해서 “이승” 에서는 말썽부리지 않고 제자리 잘 지키며 살아야 된다고 주장했던 기독교 지도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쏘았던 탓이다.

모든 인종들이 그렇듯이 이 소설에 나오는 백인 노예주들 중에는 천사처럼 착한 사람들도 있으나 악마같이 나쁜 사람들이 있고 흑인노예들 중에도 백인의 앞잡이로서 같은 노예들을 고문하고 혹사하는 악질에서 부터 천사에 비교해야 할 만큼 착한 사람들이 나온다.

Uncle Tom’s Cabin 은 Tom이라는 착한 중년의 흑인 노예의 얘기로 시작해서 악귀 같은 백인 노예주의 매질로 사망하는 이 노예 Tom의 얘기로 소설이 끝나는데 그 중간에 여러 노예들의 비참한 숙명적 체험을 기술해서 “Insanity of Slavery System and the evils Materialism”을 신랄하게 비판해 놓아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신학교의 필독서가 되어야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독교 종교서적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Stowe 여사는 북부에 살면서 노예밀수입에 암암리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있는 위선자들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으며 남부의 노예제도를 입으로는 격렬히 반대 하면서도 노예들의 해방을 위해서 실질적인 일을 안 하거나 못하고 있는 북부노예 해방주의자들도 비난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착한 (노예주를 위해서?) 우리의 Uncle Tom이 이렇게 고난을 받고 있으니 어서 구출해 주세요!”라고 발을 동동 굴러서 결국 남북전쟁이 나도록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평가까지 받고는 있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Stowe 여사의 생각도 백인이라는 한계선 안에 갇혀 있음을 보게 된다.

Uncle Tom 이 왜 ‘비굴한 바보천치’ 가 아니라 ‘순교자 같은 착한 사람’으로 묘사되었어야 하는지 대부분의 흑인들은 의아해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흑인혁명 이라든지 흑인 자기각성 등은 그때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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