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릿속에도 냄새가 밸 수 있나?

2015-07-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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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 대충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듣게 된 노랫가락을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흥얼거렸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귀 벌레’(earworm) 현상이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억이 쉽게 떠오르는 냄새가 있다. ‘코 벌레’(earworm) 현상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어도 그에 상응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물론 귀 벌레 현상처럼 누구나 겪는 경험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스스로를 냄새 과학자라 칭할 만큼 오랜 기간 후각을 연구해온 에이버리 길버트 박사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환자나 편두통 환자들이 이 같은 환향(幻香)을 경험하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그는 환향이 ‘부정적 후각’(negative smell)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환향을 맡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13년 한 연구팀은 환향을 맡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를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무 탄내가 난다고 하더니 양파 냄새와 지독한 스컹크 배설물 냄새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고 말이에요.”

길버트 박사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냄새를 떠올리는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한 적도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향수 배합 전문가 같은 향기에 민감한 프로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과거에 맡았던 향기를 상기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과를 얻었다.

“냄새를 생생하게 연상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꿈속에서 냄새를 맡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만약 노즈웜 현상이 실재한다면 어떤 과정에 의한 것일까. 아마도 환향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는 게 길버트 박사의 판단이다. “예컨대 비버의 향낭에서 풍기는 해리향(castoreum)처럼 독특하거나 기괴한 냄새를 접했을 때 향기 분자가 사람에게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향수 냄새가 셔츠에 배이듯이 말이죠. 이때 향기분자가 콧속에 달라붙는다면 그 냄새가 하루 종일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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