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교회 ‘이웃 섬김 큰 사랑’

2015-06-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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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10가정 출석 렌트 살지만 기타반·탁구반 무료 오픈

▶ 방학 어린이 독서클럽 2년째... 지진성금에 장학금 지급도

작은 교회 ‘이웃 섬김 큰 사랑’

요바린다 장로교회가 마련한 기타반에 참석한 어머니들. 가톨릭을 포함해 비신자와 다른 교회 성도도 여럿이다.

■ 요바린다 장로교회 눈길


교회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는가, 그리고 교회는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있는가, 세상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의심한다. 교회 입장에서 보면 본질과 직결되는 의문들이다.

사람이 많고 돈이 있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도 저도 없는 교회는 어떻게 할까. 소형교회는 커진 다음에야 이 모든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작은 교회는 대형 교회로 가는 과정으로만 존재의 가치가 있을까. 교회의 크기와 예수 그리스도가 부여한 사명의 무게는 어떤 방정식을 갖고 있을까.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요바린다 장로교회의 지난 7일 주일예배에 출석한 성인은 28명, 자녀가 20명이다. 아직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예배에만 참석하는 인원을 포함한 수치다. 그나마 3년 전 세 가정이던 등록교인이 열 가정으로 성장한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자체 건물이 없는 건 물론이다. 비즈니스 단지 안의 공간을 렌트해 길가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 교회는 5월부터 8월까지를 이웃을 섬기는 시즌으로 정했다. 기타반과 탁구반을 마련하고 교회나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석하게 공개했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된다. 자기 교회에 오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무종교인도 있고 가톨릭 신자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탁구반은 아예 등록 자체가 없다. 오가다 아무나 와서 치면 된다. 먼저 이웃을 섬기며 교회의 도리를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를 뿐이다. 탁구대 두 개는 임현중 담임목사가 부목사 시절 섬기던 가디나 장로교회에서 빌려 줬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지도하고 독후감을 쓰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독서클럽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다. 올해는 ‘보카클럽’이 새로 문을 연다. 한인 가정 자녀의 영어어휘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지도할 계획이다.

얼마 전 네팔 지진 구호금으로 1,200달러의 헌금을 따로 모았다. 더 작은 개척교회를 지원하기 위해 매달 300달러를 보내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신학생에게 1,000달러의 장학금을 제공한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 작은 교회의 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나님이 부여한 개인의 은사를 기꺼이 나누려는 아마추어의 열정이다. 돈 많은 부자나, 전문적인 프로 수준이라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회개를 일깨운다. 목사와 전도사 그리고 교인들이 강사진의 전부다. 태권도반도 열고 비누공예반도 열었다. 모두 성도의 취미를 활용했다.

“지역사회를 섬기는데 프로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아마추어라도 이미 가진 것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교회가 제공한 기회를 통해 어른들이 자녀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아이들은 무언가 배우고 도전하며 성취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존경심을 갖게 되더군요.”


작은 이민교회는 나누고 싶어도 통로와 대상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다른 소형교회와 연합하고 주류교회의 사역에 동참하면서 실타래를 풀고 있다. 같은 동네의 예찬교회, 크로스포인트 침례교회와 이번 아버지날에 탁구대회를 갖는다.

예찬교회가 건물을 빌려 쓰는 주류교회의 식품 나눠주는 사역현장에 합류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저소득층 이웃에게 커피와 도넛을 대접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무엇이든 실행하려 몸부림치는 것이다.

“우리 교회 교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나눔만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우리 교회는 저절로 건강해지니까요. 우리 교회로 돌아오지 않아도 교회의 뼈와 살을 나누는 게 당연합니다. 그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이고 교회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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