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THAAD)의 한반도 배치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투자 은행(AIIB)에 대한 한국의 가입을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미중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한국이 주인공이 될 수도 희생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 경쟁력 결정의 최대요건인 경제력과 국방력에 관한 사안이므로 한반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한반도는 미중 관계에서 그들의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이 크다. 한국과의 경제교류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경제 잠재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영토분쟁에 따른 일본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떠나서도 일본의 경제 잠재력은 중국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한국은 한반도 종단 철도와 유라시아 철도의 연결로 인한 경제특수와 통일 후 해상무역국으로서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세계무역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시진핑이 전통적 우방국가로서 북한과의 관계를 등한시하면서도 한중 관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심이 그대로 드러난 아시아 투자은행 행보에 미국은 동맹관계를 빌미로 일본과 한국의 가입을 반대했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대국화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입장에서 처음부터 가입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한중 경제교류가 갖는 비중상 미국의 눈치만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많은 특혜와 이익이 보장되는 창립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적인 행보에 나섰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북한은 하나의 구실일 뿐 사드의 레이더 탐지 사정거리 내에 있는 중국을 타깃으로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를 거점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 전반의 군사팽창을 저지하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배치를 서두른 것이다. 사드의 사정권에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도 포함된다.
사드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무기이기 때문에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점으로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함은 물론 한반도의 군사전략적 기지로서 가치는 더욱 상승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폭격 후 한미군사합동 훈련시 조지 워싱턴 핵 함대를 파견하여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한 바 있다. 중국이 과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미국의 속내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빌미로 중국은 물론 러시아에도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여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방력을 더욱 확고히 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 근해와 아시아, 태평양 연안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며 핵전투함 등을 상시 대기시키는 것도 동북아 안보와 안전을 빌미로 이 지역에서 군사충돌이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력과 국방력을 볼모로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중 관계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전략 속에 군사문제와 경제문제의 커다란 그림을 먼저 파악한 후 중국과의 융화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은 한반도내 사드 배치로 동북아 패권전략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기에 북핵 뿐 아니라 동북아 전반의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한반도의 군사 전략적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또한 아시아 투자 은행의 창립국으로서 중국과 함께 아시아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여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한다면 중국의 한반도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한반도 의존도와 맞물려 전반적인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중국과는 경제협력과 개발이라는 국익을 챙기고 미국과는 한반도의 동북아 군사 요충지로서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중 관계를 통해 경제와 국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전화위복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