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차고 즐겁게 “여름방학 책임져요”

2015-05-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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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찬교회 서머캠프 ‘애플트리’ 인기… 저렴한 비용에 6주간 운영

▶ “커뮤니티에 나눔 실천” 대학생이 영어·수학 지도

알차고 즐겁게 “여름방학 책임져요”

애플트리 여름캠프에 참석한 아동들이 ‘사랑해요’ 외치며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여름방학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고대하던 시즌이다. 하지만 학부모가 아이들을 맡기기 안심할 만한 곳을 찾는 게 쉽지 않고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생명찬교회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9년째 여름방학마다 서머캠프를 열고 있다. ‘애플트리’라는 이름으로 장장 6주 동안 지속되는 캠프는 교회 밖을 향해서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교회를 어디 다니든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는 건 물론,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등록비도 일반 학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도 헌금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에게 일정 금액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1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여름방학 내내 알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돈은 조금 받아도 내용은 허술한 구석이 없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정규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일터에 나가야 하는 학부모 사정을 감안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생들을 돌봐 준다. 애플트리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오전에는 새 학기에 진학할 학년의 영어와 수학과정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UCLA, UC버클리, USC 등 대학에 재학 중인 언니·오빠들이 선생님이다.


오후에는 악기를 배우고 공예와 체육시간 등이 이어진다. 매주 금요일은 ‘가방 없는 날’로 정해 스케이트를 타러 가거나 바닷가와 공원을 찾아 게임을 즐기고 물놀이를 떠나기도 한다. 점심식사는 불고기덮밥, 카레, 스파게티, 떡볶이 등 매일 다른 메뉴로 제공된다. 두 번, 세 번씩 식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예산은 쪼들려도 가르치고 먹이는 일에는 최대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가 나서서 하는 까닭이다.

“지역사회의 아픔과 삶을 보듬는 건 교회의 꿈입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안전하고 건강한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거니까요. 빛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교회 김동일 담임목사는 애플트리 캠프가 교인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눔과 은혜의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성도에게 고맙죠. 아무 불평 없이 적극 나서 부엌일부터 프로그램 진행까지 수고하니까요. 학부모들도 시간 나는 대로 와서 돕습니다. 신앙이 없는 학부모가 ‘아이를 보낼 데가 없었는데 교회가 받아 줘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9년이 흐르다보니 하나님의 손길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캠프에는 4년, 5년째 오는 아동들도 여럿이다. 학교 갈 때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다가 캠프에 올 때는 스스로 일어나 부모를 놀라게 한다. 심지어 아픈 걸 숨기면서까지 캠프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며 김 목사는 웃었다.

“자원봉사자 학생들도 유익한 혜택을 많이 받는 셈이에요. 여름방학에 집에 있어 봐야 게임이나 하고 시간을 헛되게 보내기 일쑤죠. 캠프에 와서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어릴 때 캠프에 오다 이제는 봉사자 교사로 참여하는 학생도 많아요.”

덕분에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은 봉사자가 80여명에 이른다. 캠프 참여대상은 새 학기 기준으로 유치원생부터 8학년생까지다. 올해는 6월22일부터 7월31일까지 열린다.


“캠프 예산을 위해 교인들이 개인적으로 기금을 받아 오고 비누를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커뮤니티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민사회의 힘으로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문의 (213)700-4335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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