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 교회 탈피 ‘이머징 처치’ 뜬다

2015-04-21 (화)
크게 작게

▶ “세상 속에서 신앙 실천” 커피샵·식당·술집서 모임·예배

▶ 삶 현장서 전도·사랑 나누는 오개닉 처치·뉴 처치 확산... 소규모 모임 ‘DNA’ 중시하는 ‘소마 공동체’도 급속 성장

전통 교회 탈피 ‘이머징 처치’ 뜬다

오개닉 처치의 한 그룹이 커피샵에서 신앙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 Blaze)

교회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있다. 교회 밖 상황은 지금껏 겪지 못한 속도로 급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교세가 빠르게 위축되는 중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몇몇 교회를 제외하고 주일학교에 날이 갈수록 빈자리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나름 새로운 모습으로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이 출현했다. 바로 ‘이머징 처치’(떠오르는 교회)들이다.

이머징 처치는 ‘미셔너리 처치’(선교적 교회) 또는 ‘뉴 처치’(새 교회)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각각의 세부적인 신학적 개념에서 차이점을 보이기는 하나 전반적인 명칭으로 혼용되고 있다. 이머징 처치는 전통적 교회와 다른 예배와 전도 그리고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오개닉 처치’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닐 콜 목사가 지은 ‘오개닉 처치’라는 책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면서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남가주에 위치한 교회증식협회(CMA) 대표인 콜 목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건강한 교회’에 대한 교인과 세상의 바람을 타고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개닉 처치는 교회 밖으로 ‘나가 머문다’는 방침에 따라 사회 속에서 복음을 전파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주차장, 커피샵, 식당, 사무실, 창고 등에서 모임과 예배가 이뤄지고 심지어 술집과 유흥장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교인들이 모이고 있다.

최초의 오개닉 처치가 세워진 뒤 6년 만에 23개 국가에서 700개 이상의 교회가 세워졌고 지금은 집계조차 힘들 만큼 곳곳에서 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소마 공동체’는 소그룹 단위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소마 공동체 역시 남가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2~3인으로 구성된 ‘DNA’라는 선교적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넓혀가면서 이들이 모인 지역 공동체 ‘익스프레션’은 곳곳에서 8~20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주일이면 인근 학교 등을 빌려 소마 공동체의 이름으로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린다. 남가주의 컬버시티와 버뱅크의 소마 공동체는 대표적인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이머징 처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교회 밖 세상으로 나간다는 점이다. 교회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성경적이지도 않다는 게 이들의 관점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지시한 대로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고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신앙 공동체를 삶의 현장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리더십도 수직적 권위주의는 발을 붙일 틈이 없다.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수평적 리더십과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교회’를 이룬다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성육신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극복하고 진실한 신앙 공동체를 이루려 애쓴다. 주일에 한 번 예배하는 종교집단이 아니라 주중에도 모일 뿐 아니라 세상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닐 콜 목사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있다”며 “예수님은 교회 게시판을 멋지게 꾸미고 편안한 좌석이나 설치하라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게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머징 처치 바람에 우려를 보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전통 교회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주의 신학자들은 이머징 처치가 또 하나의 ‘자유주의 교회’에 불과하다면서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동기가 배후에 숨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소그룹 차원에서 리더를 어떻게 양육하고 건전한 교회로 유지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