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차별 폐지... 남침례교 ‘파격 결정’ 눈길

2015-04-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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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교회지방회 교단 모임, 부목사·전도사에 오픈... 탐사여행 경비지원 똑같이

▶ 후배 신학생 장학금 마련... 25일 특별한 음악회 개최, 7월엔 PK 위한 집회도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차별 폐지... 남침례교 ‘파격 결정’ 눈길

남침례교 남가주 한인지방회 회계 민승배 목사(왼쪽부터), 회장 김영하 목사, 부회장 이아모스 목사.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 섬김의 리더십이야말로 최대한의 생산성을 열매 맺는다. 감동을 주고 자발적인 헌신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교회는 예수의 리더십을 실현하는 증거가 돼야 한다.

남침례교 남가주 한인교회지방회(회장 김영하 목사)가 음악회를 마련했다. 오는 25일 오후 6시 토랜스 조은교회에서 열린다. 교회음악회라면 여기저기 한 달에도 몇 번이나 개최된다. 이번 콘서트가 눈길을 끄는 것은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교회 내부의 성도 자녀나 외부의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음악회는 흔하지만 정작 목사들이 자기 후배를 챙기기 위해 자리를 준비하는 건 드물다.

남침례교 한인지방회는 이제껏 담임목사를 위주로 치러오던 모든 행사를 부목사와 전도사에게도 적극 오픈하고 있다. 미래의 교회를 인도해 갈 후배 사역자를 지원하고 양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방회는 최근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목회 현장에서 보고 배우며 겪고 있는 현실을 다양하게 물었다. 담임목사의 의견과 경험을 여기에 비교해 양쪽의 차이를 발견해 내려는 것이다. 신학교가 배출한 전도사나 부목사를 각자의 은사와 교회 사정을 감안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사역이 한층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방회의 정기 모임에 부목사와 전도사들이 많이 출석해 주길 당부하고 있다. 일반 성도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보이지만 목회자 사이에서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대부분 교단에서 담임목사가 아닌 부교역자가 교단 모임에 나타나면 사실상 눈총을 받는 게 현실이다. 자기 교회 부목사와 교단 모임에서 마주친 담임목사가 화를 내고 해당 목사는 불이익을 당한 케이스도 있다.

이번 달 출발하는 창조과학 탐사여행의 경비 지원도 담임목사와 부사역자 모두에게 차별 없이 실시했다. 신청한 순서대로 지위를 막론하고 똑같이 대우했다. 또 목사들이 소장한 도서를 기증받아 후배 목사와 전도사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일인당 100권씩 100명만 참여해도 1만권의 책을 수입이 적은 부목사와 신학생에게 지원할 수 있다.

오는 7월에는 목회자 자녀(PK)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다. PK 출신 변호사나 의사, 목사 등을 강사로 초청해 동일한 아픔과 보람을 경험한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부탁했다. 물론 여기에도 담임목사, 부사역자, 전도사 자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남침례교 남가주 한인지방회 회장 김영하 목사와 부회장 이아모스 목사, 회계 민승배 목사는 지금까지 한인 교계 전반에 걸쳐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담임목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려는 건강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부교역자는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교인들조차 담임목사가 아니면 쉽게 대하고 심지어 젊은 사역자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꾸짖는 장면까지 생기죠. 선배 목사들이 먼저 나서 차세대 교역자를 돌보며 사랑을 나눠줘야 합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하지 않습니까.”

선배와 후배, 담임목사와 부사역자 사이에 친밀한 관계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음악회에 출연하는 바이얼리니스트 차인홍 교수(라이트 주립대)를 비롯해 소프라노 김소영, 테너 김성봉, 피아노 반주자 홍은혜씨도 이런 취지를 알고 최소 경비만 받고 무대에 선다.


주소 19950 Mariner Ave. Torrance

문의 (213)500-5937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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