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문화유산의 화려함과 아드리아해 낭만에 빠지다

2015-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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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유산의 화려함과 아드리아해 낭만에 빠지다

’꽃보다 누나’를 통해 특별한 아름다움이 더욱 크게 알려진 아드리아해의 진주,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 전경.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사진 Shutterstock>

세계 문화유산의 화려함과 아드리아해 낭만에 빠지다

루마니아 브란성은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동화책 속에나 나옴직한 낭만적인 중세 건축물도 아름답 고, 내부에는 드라큘라 영주가 사용했던 고문 도구들을 비롯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 Shutterstock>

[크로아티아·발칸 유럽]


발칸유럽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깜짝 놀랄 만큼 가까워졌다. 발칸의 맹주인 크로아티아나 루마니아 같은 낯선 나라의 이름은 물론이고 두브로브닉, 스플릿, 플릿비체 등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국의 관광지를 유창하게 언급하며 여행 일정을 문의해 오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 잘 나가는 관광지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면 언제나 첫 손에 꼽힐 정도가 됐으니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오래 전부터 발칸유럽을 소개하고 그 특별한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노력해 온 필자로서는 남다른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발칸은 한때 ‘유럽의 화약고’란 별명으로 불려서 여행하기에 위험한 지역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1차 세계대전이 촉발된 곳이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잡은 지리적 여건 탓에 극심한 파괴를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옛 유고슬로비아를 구성한 소수민족이 서로 독립하는 과정에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인 안정을 얻으며 관광지로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게 됐고, 지금은 세계 관광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발칸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TV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크로아티아가 소개됐을 때는 눈부시게 푸른 하늘, 1,0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시가지, 햇살에 반짝이는 아드리아해의 절경으로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사실 크로아티아뿐 아니라 발칸유럽 전체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유럽인들에게는 꼭한 번 가고 싶은 여행지로 오래 전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발칸유럽은 유럽대륙의 동남쪽,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와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들을 말한다. 루마니아,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에 위치해 있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로마, 이슬람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터키,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왔다. 역사적으로는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문화가 한데 버무려지면서 독특한 문명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다. ‘유럽 속 또 하나의 유럽’이라 불리는 이유다.

흔히 서유럽 여행을 ‘역사 문화 투어’라고 한다면 발칸유럽은 ‘힐링 투어’의 진수라고 불린다.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유적도 있지만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더 많아서 며칠이고 걸어다니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일정을 쪼개서 바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천천히 2~3시간 산책하듯 걸으며 즐기는 게 더 어울린다. 그래서 눈과 가슴으로 즐기는 휴식 같은 여행에 더없이 적합하다.


⊙ 크로아티아

발칸유럽의 상징과도 같은 크로아티아는 환상적인 볼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두브로브닉은 아드리아해를 마주하고 해안을 따라 축조된 성벽과 옛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오렌지 빛깔의 뾰족 지붕들이 즐비한 마을과 아드리아해를 양쪽으로 내려다보며 성벽을 산책하는 코스는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에서도 최고의 낭만으로 극찬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유럽인들 중에서 키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어우러진 플릿비체는 발칸반도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다.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암 계곡사이로 흘러내리는 각양각색의 폭포는 곱고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호수와 연결돼 환상적인 풍경을 이룬다.

플릿비체의 폭포 주변에는 음이온이 풍부해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힐링투어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로마 황제가 휴양하던 아름다운 해양도시 스필릿에서는 비잔틴 고딕양식의 전수로 평가받는 디오클레티안 궁전도 꼭 둘러봐야 한다.


⊙ 루마니아

루마니아 관광에서 제일 중요한 곳은 국보 1호 펠레쉬성이다. 숲 속에 자리잡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성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박물관으로서 정교한 장식과 벽화, 수많은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브란성도 빼놓을 수 없다. 동화책 속에나 나옴직한 낭만적인 중세 건축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부카레스트에서는 지상에서 인류가 세운 건물들 중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는 차우세스쿠 궁전을 볼 수 있다.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의 이 궁전은 가로 길이가 270m, 세로는 240m에 이른다.


⊙ 불가리아

불가리아는 웅장한 산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발칸반도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발칸지역 교통의 요지이며 문화가 교차하는 곳으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해 왔다. 수도 소피아는 교회, 성당, 모스크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독특한 색채를 띤다.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박해를 피해 건설된 세인트 페트카 지하교회는 돌담으로 만든 소박한 겉모습과 달리 화려한 내부가 놀라움을 전해준다.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르넵스키 대성당, 유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 중 하나인 바냐바시 모스크도 반드시 봐야 할 자랑거리다.


⊙ 세르비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는 7,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고대와 현대의 다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아픈 역사의 상징이기도 한 군사박물관에서는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4만여점의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왼쪽으로 사바강, 오른쪽으로 도나우강이 만나는 칼레메그단 요새는 마치 공원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을 전해 주지만 실상은 오랜 전쟁 속에 재건축을 반복해야했던 아픈 역사를 들려준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오래된 사보르나 정교회,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변모한 최고의 번화가 크네즈 마하일로 거리도 볼거리다.


⊙ 보스니아

사라예보는 발칸반도 최대의 이슬람 도시이면서 ‘발칸의 예루살렘’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독교 도시이기도 하다. 유럽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오랫 동안 전쟁의 비극 속에서 신음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은 ‘라틴다리’라고 하는 작고 소박한 돌다리에서 일어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이 곳을 찾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금속공예기술이 전수돼 오늘날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바슈카르지아 거리, 발칸 10대 사원 중 하나인 가지후스레프베그 모스크도 인기 있는 관광지다.


⊙ 슬로베니아

‘유럽의 미니어처’라고 불리는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해와 만나는 발칸반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알프스와 지중해, 중세도시의 매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알프스산 아래 울창한 숲과 그림 같은 호수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는 블레드성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

블레드 호수는 긴 쪽 지름이 2.1km, 짧은 쪽이 1.4km, 깊이는 최고 30m에 이른다. 호수 주변에 조성된 아름다운 마을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도 있고, 호수 가운데 엽서 속 그림처럼 우뚝 솟아 있는 블레드섬과 성모 마리아 교회를 방문해볼 수도 있다.

<투어멘토 박평식 / 아주투어 대표>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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