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톨릭 한인 사목 한평생에 감사”

2015-03-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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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크리스토퍼 성당 20년 등 60여년 사제의 길

▶ 은퇴 후에도 꽃동네서 헌신… 건강·은총 기원

“가톨릭 한인 사목 한평생에 감사”

몬시뇰 원 요한 사제(테이블 오른쪽 앉은 이)의 9순 축복미사에서 축하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원필호(요한) 몬시뇰 9순 축복미사


몬시뇰 원필호(요한) 사제의 9순 축복미사가 지난 15일 웨스트코비나에 위치한 성크리스토퍼 천주교회에서 열렸다. 원 신부는 지난 1976년 보스턴 교구장 인가를 받아 한인 천주교회를 설립해 최초로 이민사목을 시작했다. 한인 가톨릭 이민교회 역사에서 지나칠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목회자다.

또 1980년에는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주보좌 성당으로 부임하여 사목한 뒤 1984년부터 성크리스토퍼 천주교회에 한인 사목 담임신부를 맡았다. 이런 그의 헌신은 교황청에서도 인정하게 됐다. 1995년 북미주 한인 이민교회 역사 29년 만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첫 번째 몬시뇰(monsignor)에 임명됐다. 몬시뇰은 주교품을 받지 않았지만 덕망 높은 본당 사제와 교회에 큰 공을 세운 원로사제에게 부여하는 명예 칭호다.


원 신부는 사제서품 이후 60여년 동안 해외 사목을 해오다가 바로 이 성크리스토퍼 성당에서 지난 2004년 은퇴했다. 현재는 꽃동네에 머물고 있다.

아흔 살 생일을 맞아 교회와 교인들은 그의 땀과 눈물이 배였으며 마지막까지 사목을 펼친 성크리스토퍼 성당에서 축복미사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미사는 조셉 다스 본당 주임신부, 후이 누엔 보좌신부와 레오 스타인백 보좌신부를 비롯해 성크리스토퍼 한인 공동체 미사집전 담당 원하림 요한 신부, 베네딕트 양 신부 등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조태준, 김재동, 이울시노 부재, 김동규 수사, 전혜경·김정미·강경남·우숙자·박지현·김수진 수녀 등도 함께 했다.

성크리스토퍼 성당은 원 신부가 20여년간 한인사목을 하고 은퇴한 교회다. 교인들은 “아직 공동체가 미약하고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걱정도 많았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을 모아 60여년간 오로지 사제의 길에 헌신하시고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사목에 감사드리기 위해 축복미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축복미사는 250명이 넘는 축하객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원 신부는 인자한 마음같이 곱고 깨끗하게 9순을 맞이했다. 축하객들은 진심이 담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몬시뇰 원 신부의 9순 잔치를 축하하고 건강과 하느님의 은총 속에 평화를 누리며 축복 속에 여생을 지내기를 기도했다.

특히 60여년 동안의 사목 여정을 담은 사진 슬라이드 쇼에는 회상의 기쁨, 회한의 삶을 포함해 온 생애를 헌신과 봉헌으로 살아온 원로신부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감동의 물결을 이루기도 했다.

원 신부는 감사를 전하는 순서에서 성크리스토퍼 성당에 고향 같은 애착을 담은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원 신부는 “진솔한 마음으로 함께 미사를 봉헌한 교우들과 참석한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보좌신부로 시작한 이 성당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또 교회 일들을 잘 돌보아 이끌어주어서 감사하다”며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주고 언제나 신앙생활이 충만한 자녀 교육에 힘써 달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성크리스토퍼 성당의 한인 공동체는 매주 40~50여명의 교인이 모이는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9순 축복미사라는 큰 잔치를 치러내자 꽃동네 수녀를 비롯하여 다른 성당의 교인들과 미사를 집전 한 신부와 부제들도 한인 교인의 힘에 박수를 보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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