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 융성의 시대

2015-03-1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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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선 / 사회부 부장대우

올해 들어 한국 문화예술계는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한류 드라마, K-팝 열풍으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진다 싶더니 내리막길로 아예 곤두박질친다.

LA필이 서울 시향(SPO)의 디즈니 홀 공연 취소를 발표했다. 서울시향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향에 따르면 서울시가 미국 7개 도시 투어를 위해 10억5,000만원의 예산안을 편성했으나 시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고 결국 미국 투어를 전격 취소했다.

이에 앞서 2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로 해외 영화계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부산시가 내세운 이유는 영화제 운영개선과 개혁추진의 필요성이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부산영화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한데 대한 보복 조치라 반발했다.


문화 예술계와 정치인 간의 파워게임이든 뭐든 속사정은 궁금하지 않다. 서울시향,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마저 깨버렸다. 정치가 문화 위에 군림하려들 때 휘두르는 도구는 ‘예산’이다. 도대체 이들이 받는 국고보조금은 얼마나 될까.

서울시향은 올해 총예산 173억 원 중 서울시 지원이 지난해에 비해 6억 원 줄어든 102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운영개선책으로 부산시가 임명하는 집행위원장을 하나 더 두자고 제안한 후 총예산 123억원 중 60억5,000만원의 부산시 지원, 15억원 국비지원을 승인받았다.

역시나 적지 않은 예산이다. 그러나 6년 간 1,2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도 올해 110억 원을 책정했다는 실체가 궁금한 한식 세계화 사업을 들춰내면 많지도 않은 국고보조다.

과연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행복을 목표로 하는 창조경제 시대, ‘문화융성’은 무엇일까. 현 정부는 2013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 위원회라는 걸 출범시켰다. ‘문화가 있는 삶’ 정책이 문화융성 시대의 새로운 문화정책의 틀을 ‘자율·상생·융합’의 키워드 아래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문화융성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자문기구인데 올해 편성된 예산이 15억5,000만원이다. 하는 일은 ‘문화가 있는 날’ 시행이다. 국민들이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관·공연장·미술관·박물관 등 전국에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여전히 한국은 무료 아니면 저렴해야 문화 행사를 찾는데 서울 시향은 미국 투어를 하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꾀하고 있는 거다. 과연 한국은 문화평등을 원하는가. 문화융성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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