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어가는 부모의 의무와 고독 잔잔하게 담아

2015-03-13 (금)
크게 작게

▶ Criterion

늙어가는 부모의 의무와 고독 잔잔하게 담아

가을 오후

* ‘가을 오후’(An Autumn Afternoon·1962)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가족의 해체를 주제로 잘 다루는 야수지로 오주의 마지막 영화. 한 홀아비의 상시로 변하는 삶의 물결과 그의 일본사회의 점진적 현대화에 대한 체념과 수용을 아름답고 쓸쓸하게 그린 명작.

도쿄에서 홀아비인 자기를 돌보느라 혼기를 놓친 딸 미치코와 장성한 아들 카주오와 함께 사는 회사원 슈헤이 히라야마(오주의 단골배우 치슈 류)는 딸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에 딸에 대한 중매가 들어와도 이를 딸에게 숨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스승으로 지금은 우동집을 경영하는 홀아비 사쿠마의 딸도 아버지 때문에 시집을 못 간 채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모습을 보고 미치코를 결혼시키기로 결심한다.


부드럽고 고요한 작품으로 오주는 유머와 페이소스를 적절히 배분해 가면서 늙음과 부모의 의무와 고독 등을 잔잔하면서도 가슴 깊이 파고드는 감동적 솜씨로 다루었다. 히라야마가 딸을 시집보내고 난 뒤 귀가, 빈 방의 어둠을 배경으로 혼자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은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비감한 잊지 못할 장면이다. 꼭 보시도록 권한다. (사진)


* ‘분홍 말을 타라’(Ride the Pink Horse·1947)

긴장감 있고 강인한 걸작 필름 느와르로 왕년의 수퍼스타 로버트 몬고메리가 감독하고 주연한 범죄드라마. 전직 군인인 터프가이가 자기 친구를 죽인 갱스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카니벌이 열리고 있는 뉴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마을서 만난 여인과의 로맨스와 함께 FBI 요원의 간섭 때문에 난관을 맞게 된다. 연기와 각본과 촬영 등이 훌륭한 작품.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