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따뜻한 마을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2015-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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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3월 ‘제비축제’로 유명한 로맨틱한 소도시

잔뜩 흐렸던 하늘이 걷히고 따뜻한 기온과 함께 찾아온 맑은 하늘. 캘리포니아 전역에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활기찬 계절, 봄이 찾아 왔다.

지난해 10월, 남가주를 떠나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봄의 전령사’ 제비 무리가 올해 2월, 캘리포니아로 귀환하는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3월19일 세인트 조셉 데이(St. Joseph Day)무렵 인구 3만5,000명의 오렌지카운티 남부 소도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San Juan Capitstrano)는 이 시기에 맞춰 귀환하게 될 제비환영 축제준비로 분주해진다.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는 18세기 무렵 형성되어 도심 곳곳에 국가 사적지로 가득하며 그 중 ‘미션의 보석’으로 불리는 수도원은 매년 수십만이 다녀가는 관광명소이자 제비축제의 중심으로 축제 기간 다채로운 행사가 치러진다.

따뜻한 봄날, 기분 좋은 당일 여행지로 더 없이 좋은곳,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고즈넉한 소도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애나하임 오렌지카운티 관광청 Anaheim Orange County Visitor & Convention Bureau
웹사이트 www.anaheimoc.org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오버뷰]


1700년대 중반, 스페인 에스파냐왕정의 명령으로 샌디에고(San Diego)에서 샌프란시스코 북쪽 소노마(Sonoma)까지 이어진 왕의 길 ‘엘 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 인근에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와 군인이 차례로 수도원(미션ㆍMission)을 건립했으며 오렌지카운티의 시초가 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도 그 무렵 건립되었다.

미션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 오늘날 소도시로 성장하였으며 도심 곳곳에는 200년 세월을 간직한 국가사적지 및 캘리포니아주 사적지가 흩어져 있어 18, 19세기의 옛 캘리포니아 향취를 느낄 수 있다. 말이 지나다니는 흙길과 목가적 분위기의 가로수길, 초목이 우거진 들판이 남아있으며 제비가 서식하기 좋은 자연 환경을 지녔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도시)로 손꼽히며 영화 ‘쾌걸 조로’ (The Mark of Zorroㆍ1920, 1940)의 원작인 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The Curse of Capistrano)의 주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 제비의 날 퍼레이드 Swallows Day Parade

남미 아르헨티나 고야(Goya)에서 7,000마일 이상을 날아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로 회귀하는 철새, 제비를 기념하는 제비축제(Fiesta de la Golondrinas)가 3월14~21일 도심에서 펼쳐진다. 주요 축제행사로는 3월19일 미션 바실리카에서의 성 조셉데이(St Joseph’s Day) 기념미사,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 타종행사, 교도소 철장체험(Hoos Gow), 마리아치연주 등이 치러지며 이 기간 20,000명의 방문객이 샌후안 카피스트라노를 찾는다.

제비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3월21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치러지는 거리축제 ‘제57회 제비의 날 퍼레이드’다. 치어리더와 마칭밴드, 꽃차, 기마대, 미니어쳐 동물행렬, 서부 개척시대 복장을 한 가장행렬, 빠르게 이동하는 소방 마차 등 방문객에게 다채로운 볼거리 제공한다. 내연기관(자동차)을 사용하지 않고 말, 당나귀, 노새나 인력으로만 치러지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퍼레이드이다. 본부석 부근 공터에는 아이들을 위한 탈거리 및 핫도그, 솜사탕, 팝콘 등 푸드 스탠드와 골동품, 서부시대 의상,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가 차려지며 오후 5시까지 오픈,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린다.

퍼레이드 시작에 앞서 주요 도로가 통제되므로 LA 유니언 역을 출발,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역에 정차하는 기차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오전 9시 이전에 미리 도착하는 것이 좋다. I-5 프리웨이 선상의 후니페로 세라 출구(Junipero Serra Exit)의 2곳의 도심 외곽 주차장(주소 30250 또는 30800 Rancho Viejo Rd.)과 도심을 연결하는 셔틀버스(요금 2달러, 운영시간 8:00~17:00)도 행사당일 왕복 운행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전화 (949) 493-1976
▶웹사이트 www.swallowsparade.com

■ 샌후안 카피스트라노 미션 San Juan Capistrano Mission

18세기 후반~19세기 초, 캘리포니아주 태평양 연안에 건립된 미션 21곳 가운데 7번째(1776년 11월)로 건립되었으며 미션의 보석(Jewel of the Missions)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미션 21곳을 건립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미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니페로세라(Junipero Serra) 신부가 직접 미사를 집전했던 세라 채플(Serra’s Chapel)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본래 모습을 간직한 유일한 예배당으로 유명하다. 미션에 들어서면 단아한 꽃향기로 가득한 봄의 정원이 방문자를 반긴다.

화사한 연꽃이 핀 분수에는 잉어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으며 암석 성당 유적지, 4개의 종(라파엘, 샌안토니오, 샌후안, 빈센트라 새겨져 있다)이 걸려 있는 종탑과 동상, 왼쪽에는 붉은색 기와지붕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암석 성당 유적지에는 캘리포니아 미션 가운데 가장 웅장했던 그리스 로만 스타일의 그레이트 스톤 처치(Great Stone Church) 벽체와 성당의 지붕 일부만 남아 있다. 건립 당시길이 180피트(55m), 폭 40피트(12m)의 본당과 120피트(38m) 높이 종탑이 세워졌으나 1812년 12월8일, 진도7로 추정되는 대지진으로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 건물 잔해에 깔려 원주민 42명이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미션 뒤쪽에는 중앙 정원 코트야드(Courtyard)가 꾸며져 있다. 정원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남쪽은 사제들이 생활했던 리빙 쿼터스(Living Quaters)로 불리는 구역으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가구, 의복 등 유물이 전시돼 있다. 동편은 세라 채플이 북쪽은 곡물을 저장했던 창고와 제분소, 서편은 사제와 함께 파견됐던 스페인 군사의 막사와 무기고로 쓰였던 건물이 자리한다.

미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매표소에서 오디오 기기를 대여(무료), 셀프 가이드 투어로 돌아보거나 하루 3~4차례 진행되는 가이드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미션을 돌아보는 것 이외에도 특별 전시회나 주말 행사 등 다양한 연중행사가 준비돼 있어 가족과 함께 다녀오는 일일 여행지로 제격이다 .

▶주소 26801 Ortega Hwy, SanJuan Capistrano, CA 92675
▶전화 (949) 234-1300, 요금 성인 9달러, 4~11세 6달러
▶웹사이트 www.missionsjc.com

<글·사진 정철 여행작가>

www.acrossthesea.org
acrosstheseaor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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