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정 식었나’ 전도파워 쇠퇴 왜?

2015-0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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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전하면 “당신부터 잘해” 냉소받기 일쑤

▶ 신자들 끼리끼리만 어울려 지내는 세태 문제... 일반 교인들 ‘내 필요 충족’에만 급급 지적도

‘열정 식었나’ 전도파워 쇠퇴 왜?

교회가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작 복음을 전하는 구원 사역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성도가 비신자를 전도하고 있다.

■ 교회 새 신자수 50년 전의 절반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샀다. 주님께서는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 ‘사도행전 2장은 매일 늘어나는 새 신자로 초대교회가 부흥하는 모습을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하루하루 성도를 보내주던 하나님은 오늘날 손길을 거둔 것일까. 구원의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이 늘기는 커녕 성장이 멈추거나 감소세를 호소하는 교회가 많다.


교회의 전도 파워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면 ‘당신부터 잘 하라’는 식의 대응이 나온다. 교회와 목회자의 신뢰가 추락한 탓이다. 불과 몇십 년 전과 비교해도 사뭇 다른 상황이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톰 레이너 대표는 비신자가 복음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5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23일 밝혔다. 어느 교단의 경우 일년 동안 새로 세(침)례를 받는 새 신자의 숫자가 50년 전의 2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다른 교단들도 대부분 비슷하다고 전했다. 성도가 일 년 내내 단 한 명에게도 복음을 전하지 않는 교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레이너 대표는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웍 서비스(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과거에는 열심이던 교회들의 전도 파워가 사그라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가장 많은 대답은 ‘그리스도인들의 전도 열정이 식었다’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어서 빨리 구원해야겠다는 의식 자체가 크리스천에게 없다는 자기반성이 컸다. 생각이 없는데 몸이 움직일 리가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비신자들과 어울려 친구가 되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기독교인이 적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관계 전도’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고 한다고 해서 교회로 갈 사람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전도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교인들은 비신자와 친구가 되는 경우가 줄어들어 아예 전도의 기회를 잡는 것부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크리스천들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세상의 비판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는 크리스천의 게으름과 냉담함을 거론하는 의견이 많았다. 힘이 들더라도 애써 복음을 전하려는 그리스도인이 적다는 것이다. 또 교회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네 번째 이유를 차지했다. 잘 하고 있는 많은 부분은 외면당하고 일부 치부만 집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교회의 전도 전략도 문제로 지적됐다. ‘내가 간다’는 자세보다는 ‘당신이 오라’는 식의 오만한 전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도는 목사나 교회 사역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교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보다는 ‘나의 필요’가 교회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화적 영향력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가 갈수록 세속적이고 비성경적으로 치달으면서 교인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또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이 줄고 있는 환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당연히 전도와 선교를 위한 ‘기도의 집’으로서 역할을 이제는 교회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전도의 일꾼을 키우는 제자훈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는 세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동기 부여와 실제 훈련이 겸비된 전도자를 교회가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칫 전도가 다른 사람의 주장을 침해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전도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교회 밖의 정치적 물결이 성도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회 안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 영접하지 못한 교인이 적지 않다. 이 역시 교회의 전도 파워를 약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어떤 교회는 아예 신학적인 배경을 들어 전도를 격려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적된 이유는 교회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작 복음을 전하는 구원 사역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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