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트남 젊은이에 미래의 꿈 심는 게 선교”

2015-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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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교수·미 DIA대 총장 지낸 교육자... 5차원 인성교육 통해 전인격적 리더 육성

▶ 무료 직업교육에도 열정 ‘할아버지 원장님’

“베트남 젊은이에 미래의 꿈 심는 게 선교”

비전 153 아카데미에서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안정헌 박사.

“베트남 젊은이에 미래의 꿈 심는 게 선교”

안정헌 박사(앞줄 오른쪽서 세 번째)가 베트남 호치민대학교 제자들과 사진을 찍었다.

[호치민대 안정헌 박사]

진정한 사랑은 대상을 세워준다. 상대방의 앞날을 고민하고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도록 애쓴다. 온전한 성공을 소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노고는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데까지 이어진다.

“베트남 사람들은 행복지수가 아주 높습니다. 따뜻한 날씨에 과일이 풍성하고 농사도 3모작을 합니다. 살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요. 모터사이클이 많은데 실제 타보면 알게 되요. 혼자서 이리저리 피해가면 돼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안정헌 박사는 현재 베트남의 호치민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과장이다. 동부의 명문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Penn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부산대학교에서 24년 동안 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교육자 출신이다. 5차원 인성교육을 전수하는 미국 DIA 대학교 총장으로 5년간 이민사회에도 몸을 담갔다.

안 박사는 대학에서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도 가르친다. 베트남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그는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이자 한류의 살아 있는 접촉점이다. 학생들은 격의 없이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명함을 두 장 갖고 다닌다. 또 다른 직함은 ‘비전 153 아카데미’의 원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베트남 청년들 50여명이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영어와 한국어,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모든 비용은 무료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공항이라도 갈 때면 VIP 대접을 톡톡히 받는다. 각국 항공사부터 공항 직원, 경찰 등에 진출한 제자들이 스승의 나들이 길을 깍듯이 모시는 덕분이다.

“비전 153의 의미는 이겁니다. 베트남 젊은이 1명의 5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서 가정과 나라 그리고 세계 3곳을 품는 사람을 키우자는 겁니다. 5차원 인성교육으로 전인격적 리더를 세우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5차원 교육’으로 널리 알려진 인성교육은 단순히 지식만 달달 외운 지도자 양성의 폐해를 보완하는 방안이다. 지력뿐 아니라 심력, 체력, 자기 관리력, 인간 관계력 다섯 가지를 갖춘 리더를 세우는 성경적 지도방식이다. 주입식 강의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실천을 통해 몸으로 습득하는 게 핵심 원칙이다.


비전 153 아카데미 8층 건물을 안 박사는 걸어 오른다. 75세의 노익장은 베트남 청년들에게 도전을 던져준다. 그에게 나이는 진짜 숫자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아직 전기가 부족해요. 학생들에게 ‘너희 집에 엘리베이터 있느냐’ 묻지요. 너희가 전기를 아껴야 공장이 돌아가고 너희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베트남의 경제에 도움이 되자는 게 그의 사역 방향이다. 인재들에게 언어와 기술, 경영을 가르치고 창업을 독려해 기업을 살리자는 것이다. 제자들은 한국 업체 곳곳에 취직해 직장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CEO가 되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다시 나눠주는 날을 꿈꾸고 있다.

“하청공장이든 식당, 호텔이든 차려라. 끝까지 밀어주겠다. 내가 죽어도 너희들끼리 네트워킹을 만들어 놓으면 서로 도우며 클 수 있다.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는 ‘좋은 선생’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강의시간 전에 도착해 학생들을 맞이하고 모터사이클을 직접 몰고 다닌다. 숙제는 철저하게 점검해 준다. 현지에서 BMW를 모는 외국인 교수가 어떤 눈길을 받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이 무엇보다 강력한 크리스천의 영향력이 되고 있다. 수요일에는 한국 노래 배우기 시간이 있다. 아리랑부터 가요를 가르치지만 복음송과 찬양도 부른다.

“미래라는 개념이 희박해요. 힘이 들면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이들에게 미래만 얹어주면 무서운 힘을 발휘할 거예요. 영원한 생명을 얻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제가 그 젊은이들에게 나눠 줄 사랑이 무엇이겠습니까?”

안 박사가 세운 교회에서는 갈릴리 어망공장을 운영한다. 40여명의 주민이 매달 200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현지에선 큰돈이다. 병원시설과 신학교도 열 계획이다. 모두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문의 drahnenglish@hanmail.net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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