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사·아사 직전 난민 두고 볼 수 없죠

2015-0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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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전쟁·시리아 내전·IS 학살에 고국 등져

▶ 이슬람인 복음에 마음 문 활짝 ‘전도 황금기’

동사·아사 직전 난민 두고 볼 수 없죠

박성규 목사가 터키 난민촌에서 어린이와 부모들과 기도하고 있다.

동사·아사 직전 난민 두고 볼 수 없죠

현지 선교사의 안내로 난민촌을 방문한 박성규 목사(왼쪽)가 난민 어린이들을 끌어 안았다.

■ 터키 난민캠프 방문 주님세운교회 박성규 목사


“ISIS의 학살위험을 피해 터키로 피신한 난민들은 지금 추위와 굶주림에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하기 직전에도 어린이 두 명이 얼어 죽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구호의 손길은 아주 미미합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이 기회에 교회가 나서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시리아, 이라크와 인접한 터키 국경지역에는 현재 250만명의 난민이 몰려 있다. 이들은 디야르바크르, 가지안텝, 아다나 그리고 안디옥 등에 산재한 난민촌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내전을 피해 그나마 안전한 터키로 피난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이슬람 테러집단인 ISIS가 학살과 방화를 자행하면서 난민은 크게 늘었다.


주님세운교회 박성규 담임목사는 2주에 걸쳐 터키 난민캠프들을 방문하고 지난달 28일 돌아왔다. 급히 모은 구호금을 갖고 생필품을 마련해 난민들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하나님이 가슴에 심어준 사명과 미션을 확인했다.

터키 난민 가운데는 10만여명의 기독교인들도 포함돼 있다. 유엔은 매달 6,300만달러의 구호품을 제공했지만 지난달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재원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겨울철 동사와 아사위기에 처한 난민소식은 박 목사의 눈물을 자아냈다.

“저도 처음에는 성금만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와서 보았느니라’는 성경 말씀이 눈을 끌었어요. 직접 가기로 결심했죠. 터키 선교사인 실크웨이브 미션(SWM) 김진영 선교사님과 4월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벽기도 시간에 성경 구절이 계속 떠오르는 겁니다.”

‘너는 어서 속히 내게 오라’ ‘겉옷을 가지고 오라’ ‘겨울 전에 너는 어서 오라’ 디모데후서 4장에서 바울이 추위에 떨며 쓴 편지 내용이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김 선교사와 서둘러 터키로 향했다.

“교인들이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9만달러를 모아줬습니다. 이것도 기적입니다. 워너라빈스 순복음교회도 2만달러를 보탰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난민 앞에선 턱도 없었어요.”

터키 정부도, 국제사회도 외면한 가운데 ‘왕따’가 돼 버린 중동 크리스천을 포함한 난민들은 그야말로 홈리스 수준으로 하루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현지 선교사 네트웍 덕분에 난민촌 사역에 무엇이 우선 필요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난민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슬람 형제가 자신들을 핍박하고 등을 돌렸다는 상실감이 큽니다. 식량과 생필품을 주면서 사랑을 나누는 기독교인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지금이 전도의 황금기입니다.”


박 목사는 터키 난민사역은 장기적으로 이어갈 게 아니라 앞으로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 지역이지만 난민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요.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몇 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때는 이미 늦어요. 지금 뿌린 씨앗이 나중에 숲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터키 학교도 가지 못하고 버려져 있다. 교회가 학교를 세우고 1.5세와 2세들이 단기선교로 영어를 가르치면 전도의 열매를 풍성하게 건질 수 있다고 박 목사는 강조했다.

“영적 입양도 중요합니다. ISIS에 아버지가 처형당하고 엄마는 사라져 버린 소녀를 봤어요. 밤새 잠이 안 오고 눈물이 자꾸 흘렀습니다. 우리가 조금씩 돈을 모아 매달 어린이들을 후원하면 훌륭한 믿음의 기둥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난민촌에서 직접 하모니카를 불었다. ‘예수의 이름으로’ ‘갈보리 십자가’ 찬송가를 난민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13명의 어린이 모두와 부모, 교사 4명이 그 자리에서 복음을 영접했다.

“밀려서 간 여정이었어요. 그런데 제 생애 최대의 보람을 느낍니다. 도와준다고 우리에게 돌아올 것은 없어요. 그게 구제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게 복음의 빚을 갚는 길입니다.”

안정된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이제 굶주리고 병든 이웃을 돕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 문의전화도 아예 자신의 셀폰번호를 줬다. 드문 일이다. 터키에서 돌아오는 날 아침 호텔에서 더운 물에 샤워를 하다 박 목사는 통곡했다. “저렇게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구호 문의 (310)482-0574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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