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사도 음악도 없다, 그런데도 걸작영화…

2015-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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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브’

기숙 학교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조직(The Tribe) 안에서 겪게 되는 사랑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가 ‘트라이브’다. 2014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우크라이나 영화다.

대사와 자막, 음악이 없는 파격적 설정과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도 이목을 사로잡았다. 개념적으로는 무성영화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트라이브’는 등장인물들의 의사소통이 모두 수화로 이뤄진다. 대사, 자막, 음악이 없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에 따라 해석이 가능한 원초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청각장애 배우들은 음성 언어로 대사를 전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렬하고 표현력 넘치는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은 그들이 서로 주고 받는 ‘말’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또 사운드트랙을 없앰으로써 등장인물들이 속한 현실과 다른 세상과의 단절감을 부각한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 발자국 소리 같은 음향만을 통해 비주얼적인 부분을 극대화시켰다.


영화는 ‘세르게이’라는 소년이 청각 장애인 학교로 전학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학교의 공식 행사가 열리고 있고, 선생님들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은 모두 수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매우 좋은 환경의 학교처럼 보이는 이 장면이 지나가면 어른들은 모두 사라지고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을 중심으로 잔인한 청소년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세르게이’는 소외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기를 거쳐 조직의 일원이 되고, 그들과 함께 어린 학생들을 협박하고 돈을 갈취하는 등 그들만의 세계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면서 세르게이는 조직 리더의 여자친구 ‘안나’와 사랑에 빠지고 다른 사람들 몰래 비밀스럽고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세르게이가 전학 온 시점에서 출발해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룰을 깨트리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인간의 사랑과 증오를 리얼하고 독창적으로 담아냈다원제 Plemya,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출연 그리고리브 페센코·야나 노비코바, 130분, 청소년관람불가,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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